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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상반기 반드시 챙겨보길 권하는 영화 12편

벌써 유월도 막바지로 향하면서 2019년의 허리까지 와 버렸다. 2019년의 남은 6개월은 좋은 영화와 만나게 될 미지의 시간에 부쳐 두고, 올해 만났던 영화들을 되짚어 보며 상반기를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 여러 주요한 영화들 중 월별로 두 편씩을 추려 12편의 영화를 모았다. 관객들의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을 기반으로 약간의 사심을 더해 본 리스트다.

<레토> 1월 3일 개봉

2019년의 첫 음악영화 <레토>의 제목은 러시아어로 '여름'을 뜻한다. 러시아의 록 음악 신에 큰 영향을 끼친 뮤지션 빅토르 최. 인기 밴드 키노의 보컬리스트인 그는 고려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 서구 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하던 때, 그의 저항 정신을 담은 펑크록 음악과 문학적인 가사는 대중들의 공감을 얻었고, 빅토르 최와 밴드 키노는 변화하는 시대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작품이다. 러시아어 영화에 출연한 바 있는 독일 출신의 배우 유태오가 빅토르 최로 완벽 변신했다.

<드래곤 길들이기 3> 1월 30일 개봉

드림웍스의 인기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의 황홀한 피날레. 거친 바이킹들만이 살아남는 버크 섬. 겁쟁이 히컵(제이 바루텔)이 드래곤 '투슬리스'와 우정을 쌓으면서, 드래곤과 대결하던 이 세계의 질서를 바꿔놓은 1, 2편을 지나 서사의 막바지로 향한다. 매 시리즈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는 하늘을 나는 활강 신의 매력도 여전하며, 새로운 나이트 퓨리의 등장은 물론 성숙한 이별의 마무리까지 훈훈하다. 예외 없이 팬들을 눈물짓게 한 트릴로지의 깔끔한 완성이다.

<콜드 워> 2월 7일 개봉

독창적인 이미지로 화제를 모은 <이다>의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차기작. 뼈대는 냉전 시대 바르샤바, 베를린, 파리 등 유럽 각지를 떠돌며 반복되는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 멜로드라마다. 익숙한 사랑 이야기일 수 있지만 <콜드 워>는 공산 체제라는 사회적 배경에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서로 달랐던 남녀의 필연적인 균열을 색다른 관점으로 조합한다.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독특한 프레임 구도를 사용해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이미지가 구현됐다는 점이 <콜드 워>의 가장 큰 미덕. 제71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2월 21일 개봉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엔 언제나 평단의 시선이 주목된다. <송곳니>,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등 편차가 거의 없이 훌륭한 작품을 발표해 왔기에 더욱 흥미로운 아티스트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유약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을 둘러싸고 실세인 사라(레이첼 와이즈)와 신분 상승을 노리는 에비게일(엠마 스톤)사이에 각축이 벌어진다. 왕실을 무대 삼은 기묘한 실내극이 극단적인 부감과 렌즈의 왜곡으로 한층 극적인 기운을 내뿜는다. 익숙한 얼굴 엠마 스톤의 출연도 화제였지만, 무엇보다 앤 여왕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의 히스테릭한 연기가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어스> 3월 27일 개봉

<겟 아웃>으로 공포 장르의 신흥 강자로 급부상한 감독 조던 필이 더욱 탄탄한 은유가 담긴 <어스>로 돌아왔다. <어스>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도플갱어를 소재로 나와 너, 나아가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남기는 영리한 공포영화다. 전작에서 인종차별이라는 화두로 기묘한 공포의 세계를 연 조던 필은 <어스>를 통해 현재 미국이라는 국가의 배타주의에 경고를 날린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쌍둥이, 복제, 대칭의 메타포가 결코 균형을 이루지 않는 엇박자로 작동하면서 불안한 심리를 그려 나간다. 흑인 음악을 기본으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음악도 일품이다.

<강변호텔> 3월 27일 개봉

홍상수 감독의 <강변호텔>은 일찍이 기주봉의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쾌거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죽음이 가까워졌다고 믿는 노시인 영환(기주봉)과 두 아들의 이야기, 그리고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자 상희(김민희)와 친한 언니 연주(송선미)의 이야기로 각각 뻗어 나간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이야기는 서로 우연을 매개로 중첩됐다가, 다시 완전히 포개지지 않는 상황을 반복한다. 강변의 한 호텔에 모인 인물들의 대화는 날 것 그대로여서 오히려 더 생경하게 다가온다. 홍상수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이후 가장 선연한 죽음의 테마가 돋보이는 작품.

<미성년> 4월 11일 개봉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놀랄 만큼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줬지만 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해 아쉬운 작품이다. <미성년>은 한 마디로 어른들이 일으킨 파국을 아이들이 나름대로 수습해 나가는 이야기다. 각자의 부모가 서로 외도 중인 것은 물론 아이까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고등학생 주리(김혜준)와 윤아(박세진). 한바탕 시련이 닥친 두 가정에 성숙한 태도를 보이는 인물은 어른들이 아닌 두 고교생이다. 주축이 된 여성 캐릭터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섬세한 장면들과 함께, 날카로운 소재를 오락거리로 소비하지 않는 뚝심이 장점이다. 감독 김윤석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퍼스트 리폼드> 4월 11일 개봉

폴 슈레이더 감독은 마틴 스코시즈의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를 쓴 각본가로 더 유명하다. 그는 로베르 브레송의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를 미국 배경으로 옮겨온 <퍼스트 리폼드>를 통해 다시 저력을 입증한다. 못다 한 이야기를 일기에 쓰며 살아가는 목사 톨러(에단 호크)에게 신도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찾아온다. 그녀가 근심하는 것은 급진 환경주의자인 남편이 지구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재앙을 경고한 것. 신도들의 목소리를 신께 전달하는 사명을 띤 톨러 목사는, 내부와 외부에서 닥쳐오는 비극적 현상들로 하여금 실패한 목사가 되어간다. 에단 호크 인생 최고의 연기로 극찬을 받았을 뿐 아니라 아카데미가 간과한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서스페리아> 5월 16일 개봉

강렬한 비주얼과 쌈마이 서사가 공존하는 이탈리아 호러의 클래식 <서스페리아>가 근 40여 년 만에 리메이크됐다. 근래 가장 주목받는 이탈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기본적인 서사를 원작에서 빌려오되, 완전히 다른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 냈다. 마녀들이 운영하는 무용 아카데미에 입학한 수지(다코타 존슨)가 기이한 일들을 목격한다는 골격은 그대로나, 분단 시기의 서독을 배경으로 삼아 음울한 분위기를 개성 넘치는 이미지로 표현해 냈다. 틸다 스윈튼의 1인 3역 연기, 톰 요크의 음악 감독 데뷔 등 구석구석 즐길 요소가 많은 호러다.

<기생충> 5월 30일 개봉

2019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 <기생충>은 괴생명체가 출현할 것만 같은 제목과는 달리, 가족 희비극의 모습으로 관객을 찾았다.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 가족들이 교묘한 수를 동원해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하나 둘 취업한다. 반지하와 저택이라는 직접적인 대비로도 눈에 띄는 두 가족의 빈부 격차, 계급차는 봉준호 감독의 주된 관심사. 한국의 현실을 들여다보게 하는 다양한 디테일을 끌어왔음에도 전 세계의 공감대를 아프도록 자극한다. 코미디, 호러, 스릴러 등 각종 장르의 요소를 아우른 <기생충>은, 시종 웃음을 유발하지만 끝내 영화관을 나서는 발걸음을 물에 흠뻑 적신 듯 묵직하게 만든다.

<토이 스토리 4> 6월 20일 개봉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 연령대의 감수성을 자극하던 장난감들의 어드벤처. 9년간의 기다림 끝에 <토이 스토리>의 네 번째 챕터가 나왔다. 버려진 일회용 숟가락으로 만들어진 애착 인형 포키(토니 헤일)의 등장이 새로운 활력을 더하고, 행방불명된 포키를 찾아 떠난 장난감들의 협동과 소동이 빚어진다. 특히 지난 시리즈에서 적은 비중으로 등장했던 보 핍(애니 파츠)이 거추장스러운 드레스 자락을 벗어던지고 주인공 우디(톰 행크스)와 함께 모험에 나선다. 오래 기다려온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탄탄한 서사가 다시 다섯 번째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쌓아 올린다.

<행복한 라짜로> 6월 20일 개봉

<더 원더스>를 통해 이탈리아의 주요 감독으로 떠오른 알리체 로르바케르의 신작. 개봉 전부터 평단의 찬사가 뜨겁다. 1980년대 이탈리아, 담배 농장에서 일하는 청년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가 있다. 라짜로는 지주의 아들 탄크레디(루카 치코바니)의 가짜 납치극을 도와주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이 사건으로 평화롭던 마을 공동체에 균열이 생기고 사람들은 도시로 뿔뿔이 흩어진다.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라짜로는 청년의 모습 그대로 마을에 나타난다. 줄거리에서 보듯 아주 현실적인 배경 위에 독특한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한 '마술적 리얼리즘'이 로르바케르 감독의 특징. 이탈리아의 공동체에 대한 통찰력 있는 접근으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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