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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부천에서 만난 가메라와 김혜수, 그리고 <토이 스토리>와 함께
주성철 2019-07-05

폭염을 피해 예년보다 기간을 앞당겼던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아마도 가장 기대를 모았던 특별전 중 하나는 ‘가메라 3부작’의 가네코 슈스케 감독이었을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송경원 기자의 말마따나 ‘왠지 한번 왔을 것 같은’ 그의 부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에 부천 초이스 심사위원이었을뿐더러 최근작 <빽 투 더 아이돌>(2017)까지 선보였다. <씨네21>은 올해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데일리로 참여하면서 그의 표지를 찍었는데, 어떻게 하면 괜찮은 사진을 남길까 하여 무리하게도 그의 (메인) 피조물이 아닌 고지라 피겨를 그의 어깨에 올리고 촬영했다. 그로 인해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고, 역시 ‘범괴수’ 마니아답게 흔쾌히 사진 촬영에 응해주었다. <가메라3: 사신 이리스의 각성>(1999) 상영 후 진행된 메가토크에서도, 역시 송경원 기자의 표현처럼 ‘할리우드로 치면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을 동시에 연출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가메라와 고지라를 둘 다 연출한 유일한 감독으로서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할리우드로 확장 중인 괴수영화의 매력을 상세히 설명하며 “할리우드영화에서도 괴수를 ‘카이주’라고 직역하는 것처럼 괴수물의 정수를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부천에서 만난 영화인 특집은 2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인데, 그와의 대화와 사진은 다음호를 기다려주시길.

올해 배우 특별전 ‘매혹, 김혜수’전에서 상영된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1993)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이명세 감독은 전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 개봉 당시, 피카디리극장이 <종횡사해>(1991)를 내걸고자 2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며 잘나가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극장에서 내리려고 했다. 단관 개봉이던 시절, 이명세 감독은 극장을 찾아 극장주와 대판 싸우기도 했다. 그 다음날, 극장에서는 최수종의 사회로 주윤발과 오우삼의 무대인사가 열렸다. 그것은 바로 다음 작품인 <첫사랑>으로도 이어졌다. 이명세 감독이 보여준 재능과 무관하게 계속 제작이 지연됐던 것이다. 김혜수는 당초 예정에 없던 <첫사랑> 상영 때 깜짝 방문하여 관객을 만났다. 이날 토크 자리에서 이명세 감독은 긴 시간 영화 제작을 기다려준 김혜수 배우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혜수 배우는 <첫사랑>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그렇게 무려 26년 만에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이야기였다.

비슷한 시기, <토이 스토리4>까지 보면서 몇주간 동심(?)에 젖어 보낸 시간이었다.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환상 장면의 주인공이 되고, 하드고어한 장면까지 선보이는 버니와 더키 캐릭터가 신스틸러가 되어주었지만, <토이 스토리3>(2010)의 랏소 베어에 이어 ‘빌런’으로 등장한 개비개비 캐릭터에 가장 눈길이 갔다. 오래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법한 ‘Chatty Cathy’ 인형이 모델이 되어 불량품으로 태어난 자신에 대한 원망과 주인에 대한 그리움이 뒤섞여 빌런인 듯 빌런 아닌 복잡한 감정이 들게 했다. 그렇게 3편까지 11년, 4편까지 9년 걸렸다는 게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지난 시리즈의 기억이 한꺼번에 모두 불려나왔다. 톰 행크스와 팀 앨런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시리즈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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