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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영화로 리메이크된 <라이온 킹> 세트장에 다녀왔습니다
안현진(LA 통신원) 2019-07-11

3D 프린터로 모형 촬영장비를 제작한 이유는?

밀림의 왕자로 태어나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추방되었다가 다시 왕으로 귀환하는 사자 심바의 모험을 다룬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이 리메이크되어 2019년 7월 17일 전세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글북>(2016)으로 CG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존 파브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라이온 킹>은, 그런데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알라딘>으로 이어지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리메이크의 연장에 놓기에는 그 결이 다르다. 실사영화처럼 보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100% 컴퓨터그래픽(CG)과 시각특수효과(VFX)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2월, 로스앤젤레스에서 멀지 않은 플라야비스타 지역의 창고형 빌딩에 지은 <라이온 킹> 세트장으로 수명의 취재진이 초대받았다. 수많은 컴퓨터와 촬영장비만이 즐비했던 <라이온 킹> 촬영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여섯개의 키워드로 풀었다.

1. 애니메이션인가 실사인가

2019년 <라이온 킹>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논란,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인가 실사영화인가. 답은 ‘둘 다 아니다’. 모션 캡처도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하이브리드도 아니다. <라이온 킹>은 가상현실(VR) 세트에서 촬영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존 파브로 감독이 “애니메이션도 실사도 아닌 새로운 미디엄”이라고 말한 것처럼 둘 중 어느 것이라고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눈으로 봐서는 이 영화가 많은 양의 CG가 사용된 애니메이션인지 알 도리가 없다. 언캐니 밸리라는 것이 있었나 싶을 만큼 자연스러운 동물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CG로 만들어진 거대한 자연을 보고 있으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게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 같다. 파브로 감독은 CG애니메이션이 관객의 눈과 마음을 어디까지 설득할 수 있는지 2016년 <정글북>을 통해 시험한 바 있다. <정글북>은 모글리를 연기한 닐 세티의 분량만 블루스크린 앞에서 촬영한 뒤 후반작업을 통해 CG로 만들어진 정글에 모글리를 더하는 하이브리드로 만들어졌지만 인간 배역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라이온 킹>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CG와 VFX만으로 완성됐다.

2.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실사도 아니고 그 둘의 하이브리드도 아니지만, <라이온 킹>의 제작과정은 VR과 현실의 하이브리드다. 존 파브로 감독과 케일럽 데이셔넬 촬영감독은 버추얼 프로덕션이라고 알려진, <라이온 킹>에서 처음 시도된 방식을 통해 영화를 연출했는데, 두 사람이 VR 세트에 들어가기 위해 하는 일은 단지 VR 고글을 착용하는 것뿐이었다. 두 사람은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가상의 사바나에서 로케이션을 헌팅하고 최고의 조명을 위해 태양의 위치를 바꾸는 등 상상으로만 가능한 방법으로 촬영을 컨트롤했다. 재미있는 점은 전지적이고 완벽한 통제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는 여기에 인간의 작업에서 빚어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그래서 더욱 진짜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해, 3D 프린터로 모형 촬영장비를 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 촬영장비에는 센서가 장착됐고, 고글을 쓴 데이셔넬 촬영감독이 모형 장비를 움직이면 VR세트 안의 카메라가 센서를 따라 움직이도록 했다.

3. 버추얼 프로덕션

VR 세트에서의 촬영은 <라이온 킹> 제작이 시작됐을 때부터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이다. 그런데 그게 도대체 무엇인지 누구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존 파브로 감독이 한마디로 “멀티플레이어 버추얼 리얼리티 필름 메이킹 게임”이라고 정리한 것처럼,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힘을 모아 영화를 만드는 목표를 달성하는 비디오게임이라고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장비, 조명, 로케이션 등 촬영에 필요한 모든 것이 VR 세트 안에 가상으로 존재하며 애니메이터들은 게임 캐릭터를 조정하듯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방식으로 <라이온 킹>을 촬영했다. <라이온 킹>이 기존에 만들어진 CG가 많이 사용된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가장 다른 점은 실사영화 촬영장처럼 거의 모든 과정이 동시에 진행됐다는 점이다. 애니메이터들이 캐릭터를 연기하면 목소리 연기자들이 미리 녹음해둔 대사가 프로그램을 통해 입혀져 동시녹음처럼 촬영됐고, 후반작업은 그래픽과 시각효과에 집중했다.

4. 드림팀

유례없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라이온 킹>을 위해 VR 세트를 건설하고, 그 안에 새로운 사바나를 창조하고, 관객을 웃기고 울릴 캐릭터를 빚어내려고 디즈니는 최고의 드림팀을 결성했다.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한 존 파브로 감독, <아바타> <타이타닉>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로버트 레가토 VFX 감독, <혹성탈출> 시리즈와 <어벤져스>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제임스 친런드, <잭 리처> <패트리어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케일럽 데이셔넬 촬영감독이 그 드림팀이다. 사실 세트에 초대받았던 2017년 12월은 취재진에게 보여줄 만한 클립 영상도 존재하지 않았을 만큼 이른 시기였는데, 파브로 감독은 취재진을 스크리닝룸으로 데려가 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왕이 될 아기 사자의 탄생을 사바나의 동물들에게 알리는 원숭이 라피키의 얼굴을 극도로 클로즈업한 장면이었다. 영상이었는지 그저 스틸 이미지였는지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지만, 놀랍게도 사운드도 없는 그 이미지를 보며 원숭이의 숨소리를 들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5. 블랙박스시어터

화려한 경력의 제작진에 더한 또 하나의 드림팀은 목소리 연기자들이다. 도널드 글로버, 비욘세, 알프레 우다드, 치웨텔 에지오포, 제임스 얼 존스, 세스 로건 등 사자 역할을 연기하는 주요 배역들이 모두 아프리카계 배우들로 캐스팅되어 “<블랙팬서>보다 더 블랙 필름”이라는 수식을 달게 된 <라이온 킹>의 목소리 연기자들은 그 이름들에서 기대할 수 있듯이 목소리 연기 이상을 해냈다. 파브로 감독은 이 멋진 배우들을 그저 더빙을 위해 녹음실에 가두어두지 않았다. 그는 “블랙박스시어터”라는 검은 상자를 만들어 배우들을 초대했고, 대본 리딩 대신 박스에 들어가 상대 배우와 실제로 연기하도록 주문했다. 검은 상자 안에서 배우들이 펼친 연기와 즉흥연기 등은 숨겨두었던 카메라와 녹음장비로 기록됐고, 애니메이터와 VFX 아티스트들이 후반작업을 하는 데 귀한 참고자료로 활용됐다. 영화에서 심바와 날라가 등장할 때 도널드 글로버와 비욘세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면, 그건 실제로 합을 맞춘 배우들의 진짜 연기 호흡 덕분이다.

6. "서클 오브 라이프"

<라이온 킹>을 연출하기로 했을 때, 존 파브로 감독이 세운 목표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감독은 스스로 이야기를 조금도 바꾸지 않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1994년에 개봉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올타임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순위로는 9위, 핸드드로잉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순위로는 1위를 지키고 있을 만큼 사랑받은 이야기이며, 1997년 초연을 시작해 현재까지 8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뮤지컬 <라이온 킹> 역시 마찬가지였다. 파브로 감독은 <라이온 킹>의 이야기를 “배반, 성장, 탄생과 죽음”이 모두 담겨 있는 “서클 오브 라이프”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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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