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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 류준열 - 시대가 만든 캐릭터
김소미 사진 백종헌 2019-07-30

류준열이 총을 들었다. 지형이 거친 만주 봉오동 숲속에서 총구를 겨눴다 하면 백발백중. 류준열이 연기한 냉철한 저격수 이장하는 시대가 낳은 비범하고 뜨거운 청년의 초상을 보여준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넉넉한 마음씨를 지닌 농촌 총각을, <>에서 성공의 욕망에 이끌리는 사회 초년생을, <뺑반>에서 에이스 순경을 연기했던 류준열은 지금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청춘의 아이콘이다. 시대를 거슬러 <봉오동 전투>의 젊은 독립군 투사로 분한 그는 “내가 못할 것 같고, 내 분수보다 더 큰 몫을 해내는 인물에 항상 끌린다. 이장하의 마음을 품으면서 나 자신이 좀더 성장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라고 진중한 고민을 내비쳤다.

-영화 내내 액션이 이어지는 <봉오동 전투>는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힘든 작품이었을 것 같다. 휴식기는 어떻게 가졌나.

=난 쉴 때가 더 힘들고 피곤하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잘 못 쉬는 스타일이다. 요새는 주로 사진을 찍는데, 자꾸만 거기에 에너지를 쏟게 된다. 스트리트 포토에 관심이 많아서 어디 갈 때 카메라와 동행하는 편이다. 본의 아니게 스스로 스트레스를 생성 중인 것 같다. (웃음)

-<봉오동 전투>는 일본군을 유인하는 산중의 고군분투를 매우 집중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영화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어땠나.

=나에게 작품에 대한 첫인상이란 어떻게 접근하고 표현할 것인가, 하는 연기적인 부분과 직결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봉오동 전투>는 반드시 해야겠다고 생각한 작품이다. 이장하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이 의미가 있었다. 배우로서는 연기적인 기술을 고민하기보다 역사 속에 실존했던 그분들의 마음, 상황을 이해하는 데 집중하면 더 좋겠다 싶었다.

-분대장인 이장하는 나이에 비해 굉장히 성숙한 인물이다. 작전 설계에 능하고 실행에 있어서도 단호한 면모가 돋보인다. 당시에 독립군의 선봉에 섰던 젊은 군인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어떤 배경이 있을 거라 봤나.

=나이를 떠나서 시대가 그 사람이나 가치관을 만드는 것 같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에서 표현했던 것처럼 물질이나 성공에 집착하는 젊은이가 자연스럽게 그려질 수 있을 것 같다. <봉오동 전투>에서는 3·1운동도 젊은 학생들이 주도했듯, 이장하 역시 군인으로서 자기 자리에서 리더십을 발휘했을 거라고 봤다.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끈끈함이랄까, 어려움이 있으면 똘똘 뭉치는 힘이 역사 속에 DNA처럼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장하는 그런 힘을 대변하는 인물인데, 한편에는 소년으로서의 여리고 아픈 면들도 있다.

-원신연 감독은 배우 류준열의 이미지를 독립군 그 자체, 라고 평했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엔 어떤가.

=군인, 무사 등 상대적으로 조금 딱딱하고 뻣뻣한 인간을 연기할 때 배우로서는 부담스러운 지점이 있다. 화면에서 어떻게 보일까 고민도 되고. 그런 부분을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했는데, 전폭적인 응원을 해주셨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군인처럼 약간은 흐트러짐 없는 긴장 상태로 일상생활을 보냈다. 또 현장에서는 주변에서 편안한 연기를 하면 나도 같이 따라가고 싶고 절제하기가 참 어려워진다. 하지만 리얼리티에 있어서도 군인다워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고, (유)해진 선배와 완전히 대비되는 인물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감독님을 믿고 우직하게 밀고 나갔다.

-영화적으로 가장 기대되고 궁금한 것 중 하나는 함께 활동하는 칼잡이 해철(유해진)과의 호흡이다. 상반된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이 뭉클한 우정을 보여준다.

=해진 선배님만이 갖고 있는 힘이 있다. 현장에서 함께하는 배우들도, 스크린으로 확인하는 관객도 이미 다 아시는 지점일 텐데, 우리나라에 이런 배우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국보급 배우다. 선배님이 왜 이토록 사랑받는지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많이 배웠다. 우리 둘 사이의 케미스트리만큼은 완벽했다고 본다. (웃음)

-본격적으로 총을 활용하는 액션은 처음이다. 3개월 사격 연습을 열심히 하기도 했다고.

=사격을 굉장히 좋아하고, 해외에서도 사격장에 가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장총을 만져보는 일은 드문데 영화 촬영하면서 다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에 많이 쏴봤는데 점점 더 궁금해지더라. (웃음) 덕후의 기질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특히 <더 킹>부터 쉼없이 달려온 느낌이다. 그동안 작품을 통해 보여준 존재감에 비해 막상 데뷔 시점을 보면 의외로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놀라운 배우 중 하나다.

=마침 이제 돌아볼 시간이 생긴 것 같다. 보통은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서 홍보 기간에도 촬영 중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당장 스케줄이 없는 꽤 특별한 상황을 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2막이 시작된 것 같다. 되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잘 곱씹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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