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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마틴 유니티 전략개발 매니저 - 창작자의 비전을 구현할 방법을 찾는다
김현수 사진 오계옥 2019-08-08

유니티의 영화&엔터테인먼트 사업 이끄는 론 마틴 유니티 전략개발 매니저

스토리텔링에 있어 영화와 게임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에서도 실시간 렌더링 작업이나 VR제작 스튜디오 등 게임엔진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에 소프트웨어 회사인 유니티는 프로그램 툴 개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자의 제작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임엔진 회사가 인식하고 있는 영화와 게임의 밀접한 관계와 기술 개발 계획 등은 뭘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마련한 가상현실(VR) 섹션 ‘비욘드 리얼리티’ 내의 유니티 부스를 찾은 유니티의 전략개발 매니저 론 마틴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게임과 영화의 진화, 나아가 미래 시각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유니티에서 전략개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정확히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

=쉽게 말해 영화 제작 스튜디오의 제작진을 만나 해당 영화의 프로덕션 과정에서부터 게임엔진이 제작에 사용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역할을 한다.

-게임엔진을 이용한 영화 제작 사례에 관한 질문 이전에 궁금한 점이 있다. 지금이야 스토리텔링 면에서 게임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 오래됐지만, 영화가 게임의 영향을 받게 된 경우 이전에 게임이 영화의 영향을 받았던 시점이 있었을 것 같다. 오랫동안 게임 업계에 몸담고 있었는데 직접 체감한 계기가 있었나.

=2001년 무렵, 내가 유비소프트라는 회사에서 일할 때 시네마틱 스토리 제작 담당으로 일한 적 있다. 그때 만든 게임이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레인보우 식스3> <파 크라이> 등인데 당시만 하더라도 게임 제작을 위한 카메라 시스템이나 툴은 오직 게임 플레이를 위한 것이었지 스토리텔링을 위한 툴은 아니었다. 이후 게임회사 EA(Electronic Arts)로 이직했는데 ILM(Industrial Light & Magic)에서 시각효과감독으로 일한 하비브 자가포르 감독이 게임 플레이 속에서 사용하는 게임용 카메라를 가지고 시네마틱한 경험을 하는 법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가 만들어낸 플레이보다 영화적인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는 게임 카메라를 사용한 사례가 <니드 포 스피드: 모스트 원티드>라는 게임이었다. 그 이전의 게임에서는 주로 횡스크롤 진행 방식의 액션이나 어깨너머로 보는 3인칭 시점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러한 기술로 인해서 게임의 시점이 변동되었다. 플레이어들이 갖고 있던 게임에 대한 기본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그러면서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시네마틱 내러티브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현재 체감하는 영화와 게임의 관계는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나.

=영화는 게임과 비교할 수 없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과거 게임과 영화산업이 수익 면에서 비슷해졌을 때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영화계는 IP를 제공받을 수 있는 분야나 라이선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산업으로 분명 인식하고 있지 않나. 픽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게임 요소를 곳곳에 집어넣어 영화를 만든다. 여기에 더해 이제 사람들은 게임과 영화를 섞어 하나의 거대한 유니버스처럼 인식하는 면이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VR 게임이 출시됐는데 사람들은 드라마 속 세계 호킨스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 드라마를 재생하는 것과 똑같은 마음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 게임 역시 관객에게 영화적인 경험을 줄 수 있는 강력한 툴이 되었다. 조지 루카스 감독도 <스타워즈>를 만들 때는 영화적인 경험을 전할 통로가 이렇게 다양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거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라면 영화 속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극장을 찾을 것 같다. 영화는 영화만의 영역이 있다. (웃음)

-게임 영역에서 영화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방법을 고민했을 때 반드시 시점의 문제만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EA에서 근무할 때 마블 슈퍼히어로 게임을 개발한 적 있는데 당시에는 코믹북 스타일을 차용하기도 했다. 캐릭터나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코믹스의 프레임을 게임에 도입했는데 실제로 우리가 당시 사용한 스타일을 최근에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제작진이 썼더라. 최근에 그 영화의 레이아웃 담당자에게 유니티의 버추얼 시네마토그래피 기술을 보여줬더니 이 기술이 좀더 일찍 나왔더라면 좋았을걸 하면서 아쉬워하더라.

-지난해 유니티는 디즈니 TV애니메이션과 협력해 제작한 방송용 단편애니메이션 <베이맥스 드림즈>로 TV 시청 경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기술 창의력을 인정받아 기술공학에미상을 수상했다. 디즈니는 이런 작업을 통해 무엇을 하려 하는 건가.

=디즈니는 현재 다양한 사업 영역에 진출했는데 각각의 우수한 콘텐츠를 위해서는 스토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유니티 엔진을 활용한 실시간 제작 기술은 스토리텔링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한 것 같다. 이것은 IP 시장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유니티에서 단 한번 제작한 소스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인데, 즉 애니메이션을 위해 만든 에셋을 다른 분야에서 재활용해도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게임엔진과의 협업을 통해 영화를 위해 만든 콘텐츠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해 새로운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생겼다. 어느 회사든 IP를 가지고 있다면 유니티를 활용해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 점이 바로 게임엔진을 도입한 제작 환경 내의 장점인 것 같다. 또 다른 유니티의 장점을 이야기해준다면.

=렌더링 시간 단축에 따른 제작비 절감이 가장 클 것이다. 아무래도 창작자 입장에서는 예를 들어, 애니메이터가 작업할 때는 캐릭터, 액션 시퀀스 작업 시에 복잡한 카메라 이동, 손으로 불가능했던 작업도 유니티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유니티 엔진 툴을 다운로드받는 개발자가 하루에 9천명 정도 되는데 이들은 스토리텔러이기도 하고 애니메이터나 코드 개발자이기도 할 것이다. 이들 중 누군가가 기술, 즉 플러그인을 갑자기 개발하면 에셋스토어에서 판매할 수 있고, 또 무상배포도 가능하게 된다. 좀더 빠르게 소프트웨어가 발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사용자 모두가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대단히 중요하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최근에 다른 게임엔진사인 언리얼엔진을 이용해 장편영화 <웰컴 투 마웬>을 만드는 실험을 했다. 게임엔진으로 만든 영화라는 것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왜 영화 제작에 게임엔진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답하자면 영화의 물리적 스케일에 따른 촬영 제약이 게임엔진을 이용하면 자연스럽고 간단한 조작으로 촬영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작은 미니어처 세트를 찍을 때 촬영감독이 직접 인형처럼 작은 존재가 되어 사실적인 촬영을 할 수 있다. 과거의 특수효과 촬영 등의 제약이 사라지는 것, 물리적인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게 해주는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이 게임엔진의 역할이다.

-VR과 증강현실(AR)을 넘어 혼합현실(MR)의 시대라는 시각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지면 게임엔진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지금도 전세계에서 창작자들이 유니티 엔진을 이용해서 장편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어떤 사람들이 들려주고 싶은 스토리가 있는데 모델링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서 그 작업이 좌절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유니티 차원에서 젊은 감독들에게 교육자료를 꾸준히 배포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 그리고 감독의 연출력이다. 미래에는 창작자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들의 비전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매일 고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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