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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지옥이다> 이창희 감독, “결말의 해석에 따라 장르가 달라지는 작품”
이화정 사진 백종헌 2019-08-26

이창희 감독은 미쟝센단편영화제의 공포, 판타지 부문인 ‘절대악몽’에서 <소굴>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장르물 연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은 장편 <사라진 밤>으로 이어졌다. <타인은 지옥이다>로 첫 드라마에 도전하는 그는 영화, 드라마의 경계를 벗어나 ‘10시간짜리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한다. 막바지 촬영으로 바쁜 이창희 감독을 만났다.

-원작은 해석에 따라 누아르 장르로도, 사회비판 드라마로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정이도 작가님이 짠 내용 안에서 어떻게 밀도 있게 나가느냐 고민했다. 결말의 해석에 따라 장르가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이다. 공간, 캐릭터에 재미를 주되 꽉 짜여져서 가기보다 즉흥적으로 나온 아이디어도 배우들과 협업해서 자연스러운 재미를 살리려 했다.

-캐릭터들은 원작과 비슷하기도, 변화하기도 한다. 주인공 종우(시완)는 원작의 입사 초년생에서 지금은 작가 지망생으로 바뀌었다.

=종우는 날이 서 있고 예민한 캐릭터다. 기존 임시완 배우가 보여준 착한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 나도 시나리오를 쓰지만 글을 쓸 때 드러나는 예민함을 활용했다. 창작자가 가지는 예민함을 통해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의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혼동이 가중되는 상황을 표현하려 했다.

-영화의 악을 어떻게 묘사하고자 했나.

=일종의 ‘흡혈’ 같은 느낌을 주려 했다. 뱀파이어에게 살인은 악행이 아니다. 에덴 고시원을 흡혈귀 집단에 비교해볼 수 있겠다. 누구든 물리면 흡혈귀가 될 수 있다. 그 아슬아슬함을 가진 공간 안의 사람들을 그리고자 했다.

-에덴 고시원은 한편으로는 이 사회의 지옥도를 반영한 상징적 공간으로도 읽힌다.

=리얼함과 판타지 두 가지를 염두에 뒀다. 이 고시원은 있을 법한 공간이지만 사실 구조 자체는 실제 공간과 다르다. 고시원이 가진 미스터리함을 통해 장르적인 재미도 찾고자 했다. 너무 무겁게 그리지 않으려 했다. 코믹한 지점도 충분히 살렸는데 그런 사람들이 변할 때 더 기괴해지는 효과가 보이더라.

-서울이라는 공간을 경험하는 청년 종우의 시선이 중요하다. 타 지역에서 온 종우가 바라보는 이 도시가 주는 공포는 어떤 것인가.

=나도 서울 사람이 아닌데, 타 지역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입성하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덴 고시원은 서울 중에서도 상당히 외진 곳,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 자리해 있다. 그런 곳에서 사람들은 서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밀집해 살고 있다. 거기서 각자의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확장해보면 아파트가 대다수인 서울도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한 곳이다. 그런 공간에서 사람들이 가지는 마음도 더 극단적이 되지 않을까.

-현실의 공간을 상정하면서 자칫 ‘타인’을 대상화할 부분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 지점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극화된 캐릭터 외에도 고시원 사람들을 더 다양하게 그리려고도 했는데 현실적으로 다 표현하지는 못했다. 극을 위해 자극적인 대사를 쓰는 대신 대사를 순화하고, 시청자가 인물들에 대해 불편해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욕설과 살인 등이 예상되는데, 방송이다 보니 장면이나 대사의 수위 조절도 필요하다.

=그게 힘들더라. 욕하고 묵음 처리를 하냐, 찍고 블러 처리를 하냐의 문제였다. 최대한 자제는 했는데, 마지막 화에 가면 절정이라 보여지는 부분들이 없지 않다. 수위를 넘지 않고도 보는 이들이 충분히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잔머리’를 많이 굴리고 있다. (웃음)

-<사라진 밤>을 비롯해 영화 연출을 하다가 방송 드라마는 첫 연출이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와 드라마의 중간 포맷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영화가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쌓은 후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면 이 작품은 매회 클라이맥스가 조금씩 있고. 그 안에서 텐션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재미가 다르다. 영화는 많은 생각 끝에 처음 기획과 다르게 편집되기도 하고, 많은 이들이 관여하니 연출자의 뜻에 온전히 따르지 못하는 순간도 있는데, 드라마는 오히려 그 지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사실 이 작품을 하면서 영화, 드라마를 나누기보다는 ‘10시간짜리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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