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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지옥이다> 배우 임시완, “윤종우는 장그래와 다른 청년이다”
이화정 사진 백종헌 2019-08-26

시완에게 공백기에 가장 많이 떠오른 작품을 묻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2016)과 <원라인>(2016)을 꼽는다. “정말 방송을 많이 하더라. 진짜. (웃음)” 근 2년의 시간, 임시완을 향한 갈증을 우리도 그렇게 전작들을 곱씹으며 풀었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임시완의 제대 후 복귀작으로 기대가 모아지는 작품이다. 에덴 고시원에 막 들어온 작가 지망생 종우는 우리 시대 청년을 대변하는 사회 초년생이지만,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처럼 맑지만은 않은, 가감 없는 현실 캐릭터다. “돌아왔으니 이제 영화, 드라마계를 책임질 차례다”라는 말에 전에는 손사래를 쳤을 테지만, 지금은 “더 말해달라. 지금은 기운이 필요하다”라고 응수한다. 그간 변화한 임시완의 모습을 전한다.

-오랜만의 현장인데 적응은 잘되던가.

=걱정을 좀 했는데 생각보다는 긴장이 덜했다. 카메라 앞에 서면 되레 긴장이 없어지는 것 같다. 다음 컷이 뭔지 안 봐도 될 정도로 분량이 많지만 촬영하는 내내 재밌었다. (웃음) 지금 거의 막바지 촬영인데도 아직 분량이 충분히 남아 있다. 물론 10부작이라 좀 짧긴 하지만.

-복귀작 선택에 고심이 많았을 텐데, 여러 가지 고려사항 중 우선시한 것은 무엇이었나.

=어떤 작품을 선택한다기보다 2년여 동안 연기를 안 했으니 적응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배우로서 최대한 감을 잃지 말자 다짐했는데, 그동안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던 것 같다. <불한당>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고, 이런 시도도 괜찮겠구나, 이런 감을 확장해서 여러 작품을 해봤으면 좋겠다 했는데, 쉬는 동안 그 감각이 닫혀 있을까봐 걱정도 되고 빨리 찾고 싶다는 고민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잊지 않고, 제안을 많이 해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들어온 대본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불한당>을 기점으로 배우 임시완이 가진 연기 폭이 한층 확장됐다. 감정의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내는 드라마적인 캐릭터에서, 물리적인 타격감까지 전달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임시완의 가능성을 입증한 연기였고, 이후의 시도들이 더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평가해주시니 기분이 좋다. 배우로서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불한당>의 연기도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한 것 같다. 만화적인 요소가 깔려 있지 않다면 설득력이 없는 상황일 수도 있었다. 현수는 아무리 싸움을 잘하는 캐릭터라고 해도 상대 배우들과 체급 차이가 너무 많이 났는데,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잘 만들어진 것 같다. <불한당> 이후에는 얘기한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좀더 폭넓게 봐주셔서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것 같다.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를 첫 복귀작으로 선택했다.

=원작이 가진 프레임을 아무래도 신경 안 쓸 수는 없다. 양날의 검인 것 같다. 원작을 기대하는 암묵적 시청자들이 있는 반면, 원작과의 거리감에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의 균형을 잘 가져가려 했다. 내 연기도 너무 공격적으로, 의욕만 앞서서 열성적으로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맞춰나가려 했다.

-종우는 작가 지망생이자 사회 초년생이다. <미생>의 신입사원 장그래가 5천만 청년의 ‘애환’을 감싸안았다면, 종우는 그 불균형에 대해,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청년이다. 욕설도 거침없이 하는 캐릭터다. (웃음)

=맞다. (웃음) 좀 격한 면이 있는데, 원작 팬들은 그런 부분을 충분히 예상할 것 같다. 오히려 순화된다면 실망할 것 같다. 종우는 작가적인 재능은 있지만 당장은 그게 발휘가 안 된다. 그러니 경제적으로도 쪼들려 잠깐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청년세대가 겪는 열패감에서는 장그래가 연상될 수 있지만 그와는 다른 인물이다. 장그래가 청년세대의 보편적인 아픔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 종우는 좀 다르다. 악하지 않지만 착하지만도 않은 인물이다. 잘못했을 때,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먼저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종우는 그런 말이 익숙지 않은 사람이다. 주로 남에게 당하는 입장인데, 그렇다고 해서 꼭 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종우의 캐릭터를 그려나갔다.

-평범한 작가 지망생에서 에덴 고시원에 들어간 후 변해가는 종우의 어두운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촬영 기간 동안 좀 힘들었을 것 같다.

=종우가 이 분위기에 잠식되는 인물이니 그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리딩 때 감독님이 우리는 그렇게 찍지 말고 재밌게 찍자고 하시더라. 열심히 하지 말아달라고. (웃음) 그래서 감독님의 디렉팅을 잘 지키고 있다. 각 잡힌 연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원해서 하신 말씀이었다. 우리 배우들 중 수다를 떨지 않는 배우가 없다. (이)동욱이 형, (박)종환이 형, (이)정은 누나랑 찍으면 너무 재밌다. 정신 못 차리고 수다 떨다가도 ‘슛 들어갈게요’ 하면 다들 눈빛이 달라진다. (웃음)

-에덴 고시원이 주 무대다. 70% 이상 세트 촬영을 하는데, 공간에서 느끼는 압박감도 컸겠다.

=테스트 촬영 때 처음 왔는데, 미술이 하도 완벽해서 여긴 무슨 일이 안 일어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래서 테스트 촬영에 너무 익숙해지기보다 촬영 때 이 공간을 습득하려고 일부러 더 오래 머물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곳 고시원은 대한민국 사회의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이 공간 안에서 종우라는 캐릭터가 처한 심리적 위치를 어떻게 봤나.

=종우의 대사 중에 “나도 거기서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닌데”라는 게 있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에 맞추다보니 음침하고, 누군가가 전에 자살했던 공간으로 간다. 종우가 그곳에 간 것은 결국 돈이 없어서,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선택할 수 있었다면 다른 환경을 택했겠지만, 그 선택의 자유가 없다. 종우가 겪는 그런 지점이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와 비슷한 지점이지 않을까 싶다.

-최근 플랫폼의 변화를 체감할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 감독, 배우, 스탭들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타인은 지옥이다>가 그런 면에서 표본 같은 케이스다.

=작품을 선택할 때 그런 외적 변화를 생각하진 않았는데 결국은 직접 해보니 강점이 많다. 이 작품이 10부작이라는 점도 이상적이었다. 드라마의 경우 24부작도 해봤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뒷심이 달려 버티는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모든 스탭, 배우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은 지옥이다>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배우 임시완의 또 다른 국면이 시작됐다.

=앞으로 작품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한다. 당장 9월부터 <보스턴 1947>을 찍는다(1947년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승리한 한국 선수들 이야기로, 임시완은 서윤복 선수 역을 맡는다.-편집자). 마라톤을 하는 역이라 체력을 비축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다큐멘터리는 아니니까 너무 많이 달리지는 않겠지. (웃음)

이동욱이 말하는 임시완

“임시완은 액션과 리액션이 뛰어난 배우다. 그가 던지는 에너지도 강렬하고, 상대가 던지는 에너지를 받는 데도 활짝 열려 있다. 같이 작업해보니 왜 임시완이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알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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