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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밤> 비간 감독 - 꿈속으로 빠져드는 체험의 영화
김성훈 2019-08-29

<지구 최후의 밤>

-<지구 최후의 밤>은 전작인 <카일리 블루스>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던데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카일리 블루스>를 찍고 나서 기억과 꿈에 더 깊은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지구 최후의 밤>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

-<카일리 블루스>와 <지구 최후의 밤>, 두 영화는 동전의 양면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같은 지역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뒤섞인)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져 판타지 같은 순간을 만들어내고, 긴 롱테이크까지 말이다. <지구 최후의 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카일리 블루스>가 어떤 영향을 끼쳤나.

=<카일리 블루스>는 꿈같은 느낌이지만, 꿈이 아닌 시간에 관한 영화다. <지구 최후의 밤>은 꿈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전작에 이어 이 영화 또한 당신의 고향이기도 한 카이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

=카이리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세상에 따라 변해가고 사라져갈 것이다. 영화를 통해 카이리를 조금이나마 되찾고 싶다.

-영화를 보면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을 포함해 히치콕의 <현기증>,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동전의 양면 같은 구조라는 점에서 <멀홀랜드 드라이브>, 허우샤오시엔의 초기작들 등 고전에 오마주를 바치는 장면들이 있다. 이러한 고전들이 이 영화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

=<현기증>은 시나리오를 작업하면서 몇번이나 다시 봤다. 왕가위, 허우샤오시엔 감독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서사가 전개되면서 꿈과 기억, 현재와 과거가 뒤섞이지 않나. 이러한 구조를 통해 무엇을 기대했나.

=우리가 생각하는 기억과 꿈은 마치 빠른 속도의 몽타주같이 단편적이다. 하지만 <지구 최후의 밤>은 그와 정반대다. 후반부로 갈수록 꿈속으로 끝없이 빠져드는 과정의 체험이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2D로, 후반부는 3D로 구성됐다. 후반부의 어떤 점에서 3D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나(한국에서는 2D로 개봉했다.-편집자).

=어떤 사건을 회상할 때 혹은 꿈을 꿀 때 개인적으로 마치 그 사건이나 인물들이 뇌리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국지적인 입체감은 3D 느낌과 매우 흡사하다. 화면적인 느낌 외에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영화를 처음 봤던 때의 기억을 선사하고 싶었다. 어리둥절한 채 다 같이 3D 안경을 쓰는 동일한 동작과 함께 주인공들의 꿈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선사하고 싶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트래킹숏은 전작에서 보여준 그것보다 훨씬 길고 대담하다. 뤄홍우(황각)가 소년을 만난 뒤부터 당구장에 들어가 카이전(탕웨이)을 만나고, 함께 공중을 부유해 마을 광장으로 내려가는 후반부의 롱테이크 신을 컷 분할 없이 찍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이 트래킹숏 덕분에 즉흥적으로 연출된 것으로 보이는 탁구시합, 긴장감이 넘치는 순간에 당구공을 포켓에 넣어야 하는 당구장 신 등 연출이 불확실한 장면들이 가득해 긴장감이 넘치고 이야기도 더욱 생생하다.

=뤄홍우와 카이전이 만난 뒤, 두 사람을 짧은 시간 안에 사랑에 빠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어떤 기묘하고도 달콤한 사건을 함께 겪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함께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 같은 장면 말이다. 탁구장 신은 일정 부분 즉흥 촬영이라고 볼 수 있다. 흰 공의 움직임에 따라 배우들의 위치가 정해지고, 배우들이 촬영 앵글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완성되었다.

<지구 최후의 밤>

-후반부의 롱테이크 트래킹숏은 촬영감독 세명이 찍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찍어야 했던 이유가 뭔가.

=어떤 장애에도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했던 촬영이었다. 현실적으로 촬영감독의 신체적 한계를 고려해야 했다.

-전작 <카일리 블루스>에도 근사한 롱테이크 장면이 등장하지 않나. 당신에게 롱테이크는 어떤 의미를 가진 도구(혹은 시선)인가.

=나는 아직도 ‘시간’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것을 최대한 표현해내려고 했다. 롱테이크는 시간을 얻어내는 작업이다.

-한 외신 인터뷰에서 당신이 롱테이크에 소질이 있는 이유가 웨딩 촬영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것을 본 적 있다.

=모든 직업이 영화에 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2012년 친구와 웨딩 촬영숍을 경영하다 1년 후 문을 닫았다.

-완치원을 연기한 탕웨이와 뤄홍우를 맡은 황각의 어떤 면모 때문에 그들에게 출연을 부탁했나.

=탕웨이는 내 마음속의 완치원이다. 그녀는 가장 완벽한 영화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황각은 외모부터 탐정소설에 나오는 인물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캐릭터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들의 도움으로 캐릭터를 완성했고 캐릭터의 순도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줬다.

-개인적인 질문을 하자면 원래는 시인을 꿈꾸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영화의 어떤 점에서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나.

=시인을 꿈꾼 건 아니고 시를 쓰는 걸 좋아한다. 감독이 된 건 우연한 일이었다. 대학 시절에 비로소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전작 <카일리 블루스>에는 당신이 직접 쓴 시가 여럿 등장한다. 그 영화에 쓰인 시는 어떤 시들인가.

=시에 관한 건 모두 비밀이다.

-당신이 만든 영화 두편(<카일리 블루스> <지구 최후의 밤>)을 보면서 어린시절부터 영화를 많이 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경험은 당신이 영화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

=어린 시절에는 주성치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영화를 사랑한 이후에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내 영화에 담겨있다. 최근에 <맹목적인 기회>(감독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1987)을 다시 봤는데 아주 재밌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장르영화의 장치들을 끌어들여 찍는 이유가 무엇인가. 장르는 당신에게 어떤 도구인가.

=장르는 하나의 길이다. 나는 장르의 변방에 서서 창작하고 싶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운명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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