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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더 무비> 김아중 - 진짜인 가짜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9-09-03

수감 중인 범죄자가 더 나쁜 범죄자를 잡는 이야기인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 김아중은 ‘나쁜 녀석들’팀의 유일한 여성 멤버 곽노순으로 활약한다. 원작 드라마에는 없던, 새롭게 창조된 캐릭터인 곽노순은 사기전과 5범의 범죄자다. 이성과 감성에 두루 호소하고, 화려한 언변과 외적 매력을 무기 삼아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곽노순의 매력은 김아중이라는 배우를 만나 한껏 증폭된다. 영화 <더킹>(2017), 드라마 <명불허전>(2017) 이후 오랜만에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는 김아중에게선 기분 좋은 열기가 느껴졌다.

-드라마 <명불허전> 이후 오랜만의 작품이다.

=드라마 끝내고 바로 선택했는데, 촬영하고 개봉 준비하는 기간이 있다보니 오래 쉬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다작을 하는 건 모든 여자배우들의 꿈이 아닐까. (웃음) 절대적으로 적은 작품 수 안에서 마음이 동하는 작품을 찾다 보니 시간이 좀 흘렀다.

-그렇다면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어떤 점에 마음이 동했나.

=영화사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는 꼭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존경하는 여성 제작자 중 한분인데, ‘이번에 <나쁜 녀석들>이라는 원작 드라마를 영화화할 계획이고, 원작의 남자 캐릭터를 여자 캐릭터로 바꿔보고싶다’며 연락을 주셨다. 영화에 관심이 있으면 나를 상정하고 캐릭터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거다. 기대하며 시나리오를 기다렸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나를 생각하고 쓴 인물이 이런 느낌이구나’ 싶어 신기했다.

-곽노순은 사기전과 5범의 캐릭터인데, 사기꾼의 모습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려 했나.

='곽노순의 말은 다 거짓말이다. 하지만 행동은 진짜다.' 그렇게 생각하고 접근했다. 그런데 곽노순이 사기전과가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사기 치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한 영화는 아니어서, 사기꾼으로서의 심리전이나 언변, 시선 정도만 연기에 활용했다.

-곽노순을 비롯해서 나쁜 녀석들을 잡는 ‘나쁜 녀석들’은 모두 인간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그게 이 영화의 결인 것 같다. 나쁜 녀석들 모두 죄목이 화려하고 형량도 만만치 않지만 결국 끝에 가선 이들의 인간적인 면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저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야!’라고 단정할 수 없다. 시선을 달리하면 이들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일 수 있고, 흉악해 보일 때도 있지만 연민이 느껴질 때도 있다. 감독님이 캐릭터의 양가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 것 같다.

-‘나쁜 녀석들’팀의 유일한 여성인데, 남자들만 등장하는 이야기에 구색 맞추기처럼 한명의 여성 캐릭터가 추가된 건 아닌지 우려되진 않았나. 더불어 곽노순의 외모에 대한 묘사, 이를테면 ‘핫바디’ 같은 표현이 불편하진 않았는지.

=곽노순에겐 정확한 목표가 부여되어 있다. 이 캐릭터가 단독 캐릭터로서 잘 기능할 수 있게 정확한 목표와 캐릭터성을 부여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성별을 고려한 구색 맞추기 조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핫바디’라는 것도 캐릭터가 가진 본질과 관계없이 섹슈얼한 캐릭터로 대상화하기 위한 표현이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곽노순은 언변, 설득력, 외모 등을 무기로 활용하는 사기꾼 캐릭터고 그런 특징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라 생각했다. 박웅철이 ‘전설의 주먹’을 가지고 있듯, 곽노순은 심지어 외모까지 사기의 수단과 무기로 활용하는 인물이다. 캐릭터의 본질과 상관없이 대상화하는지 아닌지, 그 점을 잘 구분해야 할 것같다.

-손용호 감독이 곽노순 캐릭터에 혹은 김아중이란 배우에게 기대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드라마보다 더 웃을 수 있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역할을 곽노순이 해주기 바랐던 것 같다. 또 곽노순은 대사로 상황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사가 많고 말이 장황할 때가 종종 있어 속도감 있게 대사를 전달해주기 바랐다.

-드라마에선 다채로운 전문직 여성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그에 비해 영화에서 보여준 이미지는 한정적인 느낌이다.

=여성배우의 경우, 캐릭터 선택의 폭이 드라마가 더 넓다. 또 드라마 <싸인>이 잘되면서 드라마쪽에선 장르물에 어울리는 배우라고 판단한 것 같고, 영화는 <미녀는 괴로워>(2006)가 출세작이라 여전히 관련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것 같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페미니스타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영화제쪽에서 먼저 제안을 준 건 아니고, 다른 영화제에 비해 여성영화제가 덜 알려진 것 같아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싶어 먼저 연락을 드렸다. 그렇게 인연이 시작돼 지금까지 페미니스타로 활동하고 있다.

-멋진 행보다.

=멋있으려고 하는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영화라고 하면 비상업적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상업영화 안에서도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고, 영화를 통해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갈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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