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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부다> 국악을 하는 은비를 위한 사적 다큐멘터리
임수연 2019-09-04

좋게 말하면 달변가, 나쁘게 말하면 사기꾼. 고봉수 감독의 주변인들은 그를 이렇게 설명한다. 올해 43살인 고봉수는 18살 연하의 여자친구 은비(최은비)와 실제 겪은 러브 스토리를 소개한다며 영화를 시작한다. 국악을 하는 은비를 위해 사적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한 그는 애인의 친구와 가족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나이 차 많은 커플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날선 시선에 부딪힌다. 고봉수가 돈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독립영화를 하는 건 현실감각이 없다거나 영화감독은 문란하고 “여자배우를 꾀기 위해” 하는 직업이 아니냐는 무례한 폭언까지 듣는다. 고봉수는 은비의 아버지를 설득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지만, 막상 마주한 그는 거친 폭력으로 응대하며 누구보다도 크게 분노한다. 결국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에 좌절하고 결별을 택한 고봉수-최은비 커플, 고봉수는 마지막 이별 선물로 은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완성한다. 영화가 곧 삶은 아니며, 영화와 현실은 종종 헷갈리지만 같을 수 없다는 말미의 고백이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와 잘 대응한다. 단 5일만에 촬영을 마친 <갈까부다>는 <델타 보이즈>(2016), <튼튼이의 모험>(2017), <다영씨>(2018) 등을 연출한 고봉수 감독 특유의 형식과 유머를 계승한다. 전작에 나왔던 고봉수 사단 배우의 뻔뻔한 연기를 목격하는 재미도 쏠쏠한 편. 여기에 은비가 <춘향가>를 부르는 신을 롱테이크로 담아낸 대목은 그가 흡수한 새로운 개성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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