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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법과 제도, 정책만큼 개인의 태도와 인식, 문화도 바꿔야"
장영엽 사진 오계옥 2019-09-12

내한 기자간담회

-내한 공식 일정을 시작하기 전, 한국의 젊은 페미니스트 세명을 따로 만났다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그분들의 용기가 정말 감명 깊었다. 한국 사회의 부당함에 대해, 대가를 치르며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메갈리아 사이트 이야기가 흥미롭더라. 한국 사회의 여성 혐오가 얼마나 뿌리깊은지에 대해 미러링을 통해 재반박하고 있다는 점, 또 몰래카메라 등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도 충격적이었다. 실망스러웠던건 선진국의 면모를 갖춘 대한민국에서도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임금 문제에 있어 여성들이 동일한 노동에 대한 임금을 남성과 똑같이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점은 좀 후진적이고 실망스럽지 않았나 싶다.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영 페미니스트’들의 노력은 낙관적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한국 남성들 또한 여성과의 대화에 더욱 참여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탈코르셋 운동’(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여성성에 대한 저항으로 메이크업, 하이힐 등을 거부하는 운동)이 화제다. 당신은 메이크업을 사랑하는 페미니스트다. 한국의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제 만난 페미니스트들로부터 들었다. 나는 여성성을 사랑하고 패션과 화장품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탈코르셋 운동이 너무나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여성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선택권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대가 여성들에게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탈코르셋 운동을 선언한 여성들을 존경한다. 이 운동의 취지는 ‘사람의 외모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걸 일깨우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 역시 아름다움이란 굉장히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성들에게 이러한 다양성이 허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성평등이 얼마나 성취되었다고 생각하나. 더 평등한 사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세계의 어떤 나라도 성평등을 완전히 완벽하게 성취한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 정책을 바꿔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태도와 인식, 문화를 바꾸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변화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스토리텔링이 아닌가 싶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굳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보다는 인권이라는 말을 쓰는 게 낫지 않냐’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명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오랫동안 여성들이 억압받고 배제되어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런 상황을 바꾸겠다고 움직이는 게 페미니즘이라고 우리는 얘기해야 한다.

-<아메리카나>가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할리우드 배우 루피타 니옹고가 제작을 맡는다고.

=이 소설이 영상화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나 흥분했다. 이제까지 대중문화에서 잘 들려지지도, 보여지지도 않았던 흑인들간의 사랑, 아프리카라는 맥락 속의 사랑을 세계 무대에서 선보인다는 점이 기대됐다. 또 한 가지는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오직 내전이나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만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자신의 나라에서 누릴 수 없는 것을 누리고 싶어서, 인간적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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