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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24회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그리고 정일성 촬영감독과의 만남
주성철 2019-09-20

이번호 특집은 10월 3일 개막하는 24회 부산국제영화제 미리보기다. 올해도 <씨네21>은 공식 데일리로 영화제와 함께한다. 장영엽, 이주현, 김현수, 김소미 등 <씨네21> 기자들이 추석 연휴를 전후로 부지런히 프리뷰룸에 출퇴근하며 무수히 많은 영화를 봤고, 20편의 추천작을 엄선했다. 카자흐스탄 감독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리사 타케바의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을 시작으로 임대형 감독의 폐막작 <윤희에게>에 이르기까지, 85개국 303편의 영화와 이제 곧 만나게 될 것이다. 이번 영화제는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처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영화를 포용하는 등 시대에 발맞춘 변화를 선보일 예정인데, 특히 <더 킹: 헨리 5세>에서 헨리 5세가 되는 할 왕자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가 부산을 찾을 예정이라 일찌감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기대작 중 스크리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소개하지 못한 작품은 추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배포되는 데일리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격조와 파격의 예술가, 정일성 촬영감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올해 한국영화 회고전에 주목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줄곧 김기영, 유현목, 신상옥, 이만희, 임권택 등 감독과 김지미, 신성일 등 배우들을 회고했던 이 자리에 처음으로 기술 스탭을 모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영화사의 회고전 인력난(?)으로 인해, 2015년 20회 영화제에서 조긍하 감독의 <육체의 고백>(1964), 이성구 감독의 <장군의 수염>(1968) 등 8편을 소개하며 ‘1960년대 숨은 걸작’이라는 이름의 회고전을 진행했던 것, 지난해 23회 영화제에서 이장호 감독이 최연소 회고전의 주인공이 됐던 것을 떠올려보면, 정일성 촬영감독 회고전은 오히려 늦은감이 있어 보인다. 1998년 3회 영화제에서 그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유영길 촬영감독 특별전이 열렸고, 역시 2015년 세상을 떠난 서정민 촬영감독 추모전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렸던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앞으로 더 평가하고 기억하고 추모해야 할 기술 스탭들이 더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정일성 촬영감독은 <신궁>(1979)을 촬영하면서 임권택 감독과 처음 만났다. 이후 <우상의 눈물>(1981), <만다라>(1981), <안개마을>(1982) 등을 시작으로 30년 넘게 그와 함께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거의 한몸처럼 언급됐다. 그중 올해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만다라>는 당대 한국영화 미학의 분수령과도 같은 작품이다. “<만다라>를 첫 촬영할 때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하던 날이었다. 너무 화가 나고 분노를 표현할 용기는 없어서 정일성 촬영감독과 나는 영화를 수묵화처럼 찍자고 합의했다”는 임권택 감독의 얘기는 워낙 유명하다. 정일성 촬영감독의 카메라가 담아낸 쓸쓸한 염전 마을과 눈 내린 바닷가의 풍경 또한 거대한 마음 속 번뇌를 그대로 형상화한 느낌이다. 게다가 이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선암사에서 촬영한 <만다라>는 이후 수많은 TV사극드라마가 따라한, 선암사의 아치형 다리인 승선교 아래로 저 멀리 정자 강선루가 잡히는 프레임을 시도한 원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회고전이 흥미로운 것은 <만다라> 외에는 모두 임권택이 아닌 다른 감독의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각각 그의 세트, 로케이션 촬영을 대표하는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와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1980)은 말할 것도 없고 장현수 감독의 액션영화이자 올해 영화제의 사회자이기도 한 정우성 주연의 <본투킬>(1996)까지,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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