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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영화 배급과 흥행> 배급 선수가 바라보는 영화판
김성훈 2019-09-30

이하영 지음 / 아모르문디 펴냄

영화 배급업자들에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은 언제나 명심해야 하는 진리다. 내 영화와 경쟁 영화가 각각 가진 장단점을 냉정하게 파악하면 흥행으로 가는 전략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는 뜻이다. 1년 52주(때로는 53주), 영화 800여편이 흥행이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극장에 줄을 서는 상황이니 눈치작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배급하는 사람들이 즐겨 하는 얘기 중 하나가, 영화는 생물과도 같아서 개봉일을 언제로 잡고, 관객과 얼마나 교감하는가에 따라 성적이 달라진다는 거다. 개봉일을 잡는 일을 ‘데이팅’(dating)이라고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데이팅을 하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살아남을 수 있다. 오래 기다렸다. 1998년 시네마서비스에 입사해 그해 개봉한 추석영화 <정사>(감독 이재용)를 시작으로 150여편의 영화를 배급한 이하영 하하 필름스 대표가 최근 쓴 <영화 배급과 흥행>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배급이 흥행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과학적으로 분석해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평론, 감독이나 배우 인터뷰, 평전 같은 영화 서적은 많지만 배급만 전문적으로 안내하는 책은 처음이다.

충무로에서 30년 동안 산전수전 공중전 모두 겪은 배급 선수가 바라보는 흥행판은 흥미 진진하다. <> <악질경찰> <우상> 등 총제작비가 80억원이 넘는 한국영화 세편이 비수기인 올해 3월 넷쨋주(12주차)에 ‘박치기’를 한 상황을 떠올려보면 당시 이들의 출혈경쟁이 의아해했을 것이다. 이 책은 각각의 영화를 배급한 배급사들이 ‘자살폭탄테러’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시기에 내놓게 된 상황을 차근차근 해설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물괴> <안시성> <명당> <협상> 등 한국영화 네편이 지난해 추석 시장에 뛰어들어 누구도 웃지 못한 상황 또한 다시 생각해도 무척 아쉽다. 최근 한국영화 위기설이 스멀스멀 기어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이처럼 이 책은 여름, 겨울, 명절(설, 추석) 등 주요 시즌의 흥행과 ‘쪽박’ 그리고 뼈아픈 실책 사례들을 생생하게 복기한다. 성수기든 비수기든 1위를 할 수 있는 곳에서 개봉하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며, 상대가 강하면 피하는 게 상책인 데다가 (개봉일) 앞뒤가 막힌 곳은 피해야 한다는 등 책이 강조하는 배급 전략은 배급업자들에게는 익숙한 내용일 텐데, 그럼에도 흥행보다 ‘쪽박’ 사례가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어쩌면 내 영화를 몰랐거나, 남 영화를 몰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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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 선수가 바라보는 영화판 <영화 배급과 흥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