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TView
<최신유행 프로그램>, 모든 것은 드립이 된다

XtvN <최신유행 프로그램> 새 시즌이 시작했다는 사실을 여기저기 뜨는 ‘짤’(인터넷상에 올라오는 사진, 그림이나 짤막한 영상)을 보고 알았다. 몇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던 ‘100일 기념 이벤트로 번화가에서 하회탈 쓰고 상모놀이 펼치다가 여자친구에게 차인 썰’을 재구성해 찍은 콩트는, 원글의 클라이맥스인 “여자친구를 유혹하려는 것처럼 어깨춤을 추면서 다가갔다가 멀어졌다가 다가갔다가 멀어졌다” 장면을 실로 완벽히 구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은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유행한 모든 ‘드립’과 유머 코드를 쏟아부어 이를 공유하는 시청자로부터 웃음을 낚는 예능이다. 그래서 아는 만큼 웃기기도 하고, 보이는 만큼 찜찜할 때도 있다. 수평적 문화와 독창적 비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젊은 꼰대인 대표(권혁수)의 기분에 좌우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IT 스타트업을 배경으로 한 코너 ‘스타트엇!?’에는 노골적인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구도’가 등장하다가 시청자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은근슬쩍 방향을 튼다. 정치적 이유로 특정 기업 상품을 불매하는 이들을 과장되게 그린 다음에는 기업들이 모두 망하고 원시시대로 쇠퇴하는 미래를 보여주더니 “이걸 보고 웃는 당신, 반성하십시오”라고 엄중히 경고하고 갑자기 4차 세계대전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어록을 등장시킨다(아,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드립으로 시작해 드립으로 끝나는 만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패러디와 풍자의 간극은 생각보다 넓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