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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각본도?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시대극 로맨스 <모리스> 비하인드

제임스 아이보리의 섬세한 시대극 로맨스 <모리스>가 만들어진 지 32년이 됐다. 포스터를 장식한 휴 그랜트의 나이를 알고 있다면 이 영화가 얼마나 늦게 우리를 찾아왔는지 실감할 것이다. 남성들의 연애담을 담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두 해 전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그 긍정적인 파장 아래 <모리스>가 드디어 극장에 첫 선을 보이게 된 건지도 모른다. 너무 늦게 우리를 찾아왔지만 영화에 담긴 감정의 풍랑만큼은 여전히 그대로다. 영화 <모리스>에 관한 12가지 비하인드를 추렸다.

1.

<모리스>의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는 2017년 돌풍을 일으킨 퀴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각본, 각색, 제작을 담당한 사람이다. 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각색상을 수상했고, 각종 비평가협회상의 각색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그 수상 목록은 언급조차 힘들 만큼 화려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

초기 제임스 아이보리의 영화 연출은 사티아지트 레이와 장 르누아르의 스타일의 영향 아래 있다. 이후로는 영국 문학의 위대한 저작들에 바치는 영화를 주로 찍었고, 이때 나온 작품들이 그에게 유명세를 안겨줬다. 헨리 제임스의 <유럽인들> <보스톤 사람들>, 제인 오스틴의 <맨하탄의 제인 오스틴>, 장 라이스의 <4중주>, E. M.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 <모리스>가 바로 그 예다.

<유럽인들>

3.

주연 배우 휴 그랜트와 제임스 윌비는 데뷔작이 같다. 1982년 영화 <프리버리지드>에 둘은 주·조연으로 함께 출연했다. <프리버리지드>에 캐스팅된 사실을 서로 알고 있었던 두 사람은 <모리스>의 오디션 전날, 연습을 같이했다. 집으로 귀가한 휴 그랜트의 남동생이 두 사람의 키스 연기를 목격한 일화도 있다. 한편, 휴 그랜트와 제임스 윌비는 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연기상을 공동 수상했다.

<프리버리지드>

4.

제임스 윌비는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루퍼트 그레이브스와의 러브 신을 초면에 촬영해야 했다. 빠듯한 스케줄로 촬영 4일차에 해당 신을 찍어야만 했다. 때문에 리허설 시간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 영화 전체가 단지 두 차례의 대본 리딩 만을 거쳤을 뿐, 리허설은 거의 없었다고 회고했다.

<모리스>

5.

모리스(제임스 윌비)와 스커더(루퍼트 그레이브스)의 호텔 러브 신을 촬영할 때, 그들이 누운 침대가 무너져 내린 해프닝이 있었다. 건장한 두 남성을 견디지 못하고 연약한 침대가 무너지고 말았다.

<모리스>

6.

영화의 촬영 배경지로 사용된 케임브리지 대학의 건물은 <모리스>의 촬영 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민감한 소재 탓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원작 소설가 E. M. 포스터의 평판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의 진보적인 소설들은 대중적인 환영을 받기는 했지만 당시에 문학적 가치 면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채 평가절하된 작품들이었다.

<모리스>

7.

E. M. 포스터의 소설들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집중적으로 영화화됐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인도로 가는 길>이 그 시작이며, 제임스 아이보리의 <전망 좋은 방> <모리스> <하워즈 엔드>를 포함해 찰스 스트릿지의 <몬테리아노 연인>(원제: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등 수 편에 이르는 영화로 탄생했다.

데이비드 린 <인도로 가는 길>

제임스 아이보리 <하워즈 엔드>

8.

E. M. 포스터의 <모리스>는 해피 엔딩을 맺는 최초의 게이 로맨스 소설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포스터가 생전에 <모리스>를 출간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였다. 당시 동성애 행위는 범죄였으며, 범죄자로 낙인찍힌 그들이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힘든 이야기였다. 책을 출간할 경우 외설죄로 체포될 것임이 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터는 <모리스>가 행복한 결말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에 변함이 없었다.

E. M. 포스터

9.

<모리스>에는 익숙한 배우 헬레나 본햄 카터의 모습이 잠깐 등장한다. 그는 '크리켓 경기를 구경하는 여인'으로 단역 출연했다. 사실 헬레나는 제임스 아이보리의 전작 <전망 좋은 방>에서 주인공을 연기했으며, 이후 <몬테리아노 연인>과 <하워즈 엔드>의 주연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전망 좋은 방>과 <모리스>는 제임스 윌비, 루퍼트 그레이브스, 덴홈 엘리어트, 사이먼 캘로우, 키티 아드리지, 패트릭 갓프레이, 필리다 세웰, 마리아 브리트네바 등 많은 주·조연 배우들의 목록이 겹친다.

<모리스> 헬레나 본햄 카터(오른쪽).

<전망 좋은 방> 헬레나 본햄 카터(왼쪽).

10.

극중 모리스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가 등장하는 장면이 몇 차례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의 배경이 된 20세기 초는 손목시계가 대중화되지 않은 시기였다.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분명히 드물었다. 손목시계는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차츰 일반화됐는데, 교전 중 병사들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된 것이었다. 따라서 모리스의 손목시계는 ‘옥에 티’나 다름없다.

<모리스> 손목시계를 찬 모리스(맨 오른쪽).

11.

영화 <모리스>에는 정사 후 나체로 호텔 방을 돌아다니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여과 없이 담겼다. 노출 장면에 대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영화 속 인물들이 사랑을 나누기 전이나 후의 모습에서, 인위적인 가림 장치들이 나는 언제나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거짓 같았다. 숨기는 것보다 확실히 보게 만드는 편이 훨씬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모리스>

12.

주연 배우 제임스 윌비의 최근작 역시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줄리언 반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2017년 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그를 볼 수 있다. 윌비는 여자친구의 초대로 그녀의 집에 방문한 주인공 토니가 만나게 되는 베로니카의 아버지로 짧은 출연을 했다. 올해로 61세의 나이에 접어든 제임스 윌비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악수를 청하는 오른쪽 남성이 제임스 윌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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