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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마틴 스코시즈의 귀환에 부쳐
주성철 2019-11-15

로버트 드니로알 파치노의 만남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다. 이번호 특집은 바로 마틴 스코시즈의 <아이리시맨>이다. 아마도 그는 현재 가장 왕성하게 영화를 만들고 있는 중견 감독들에게, 여러 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현역’ 감독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화를 교재 삼아 공부하고 있다. 최근 그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방향에서 화제가 됐다. 첫 번째는 최근 개봉한 토드 필립스의 <조커>가 마틴 스코시즈의 <택시 드라이버>(1976)와 <코미디의 왕>(1983) 사이 꼼짝달싹할 수 없는 영향권 아래에 있음을(누군가에 따라서는 그저 ‘카피’로 보일 수도 있을 법한) 고백하면서 새삼 그의 이름이 영화팬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두 번째는 이번호 특집에서도 관련 내용을 다뤘지만, 마틴 스코시즈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마블 영화는 시네마가 아니다”라 발언하며 논란을 낳았다. 개인적으로 후자의 경우 ‘마블 영화가 실사영화는 아니다’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데, 어쨌거나 최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영화들의 영화제 출품과 극장과의 공존 문제만큼이나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씨네21>도 지난 2006년 마틴 스코시즈와 뉴욕에서 직접 인터뷰를 진행한 적 있다. 이현승 감독이 맨해튼에 자리한 미국감독협회(Directors Guild of America, DGA) 건물 안의 한층을 사용 중인 그의 사무실을 방문했던 것이다. 당시 이현승 감독이 한국영화감독조합의 대표 자격으로 그가 한국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지지 서한을 한국영화감독조합으로 보낸 것에 대한 답방이었다. 마틴 스코시즈는 홍콩영화 <무간도>(2002)의 리메이크작인 <디파티드>(2006)의 편집 작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당시 한국영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지식을 드러내며 변함없는 영화광의 면모를 뽐냈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는 물론이고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과 <그때 그사람들>(2005)은 각각 두번씩 봤다고 했고,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다 본 것에 더해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2003)이 유난히 좋았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먼 나라에서 찾아온 손님에 대한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님을 알게 됐다. 결정적으로 2008년에는 그가 이끄는 세계영화재단의 지원으로 한국영상자료원이 복원한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가 그해 칸국제영화제에 특별초청되기도 했다.

어쨌건 ‘시네마’에 대한 마틴 스코시즈의 생각을 더 듣고 싶긴 하다. 그가 만든 영화들 중 왠지 덜 평가받았다고 생각되는 <휴고>(2011)는 세계영화의 역사가 바로 3D로 시작했다는 그의 선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가 1953년 처음으로 본 3D영화는 앙드레 드 토스의 <하우스 오브 왁스>였다. 하지만 그에게 3D 기법을 영화에 사용하여 이야기를 돋보이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들게 한 영화는 바로 한해 뒤 개봉한 앨프리드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였다. 그는 <휴고>를 통해 3D의 근원에 대한 탐색은 물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것이 현재의 영화를 이루는 토대가 됐음을 분명히 했다. 물론 3D와 마블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언제나 연출자로서 경청할 만한 기발한 관점을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일단은 이번호 개봉작 별점 평가에서 이례적으로 별 5개가 난무하는 <아이리시맨>부터 보고 난 다음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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