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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오브 마이 오운> 한네스 홀름 감독 - 시대극은 과거를 다루며 현재를 관통한다
이화정 사진 오계옥 2019-11-21

괴팍함 뒤에 소외, 외로움을 간직한 노인 ‘오베’ 이야기로 자국에서 180만 관객 동원으로 흥행에 성공, 한국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영화 <오베라는 남자>(2015)의 한네스 홀름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스웨덴영화의 ‘현재’를 지난 8년간 꾸준히 한국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는 스웨덴영화제(주최 주한스웨덴대사관, 스웨덴대외홍보처, 스웨덴영화진흥원)의 개막작으로 차기작 <문 오브 마이 오운>이 초청됐기 때문이다. 영화는 1970년대 천재적인 음악성과 절대적인 영향력으로 스웨덴의 국민가수로 성공했으나 정신질환으로 41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가수 테드 예르데스타드의 고통스러운 시간과 그가 남긴 음악, 또 그의 창작의 동반자이자 그를 지켜준 형 케네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베’에서 괴팍스러움은 모두 덜어낸, 창작자로서의 자유로움과 유머를 동반한 한네스 홀름 감독을 영화제가 열리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만났다. 한국과 스웨덴 수교 60주년의 해에 열리는 스웨덴영화제는 지난 11월 5일 서울에서 시작해 부산, 광주, 인천, 대구를 거쳐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제8회 스웨덴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한국 관객과 만난다.

=몇년 전 엄청나게 조그만 방에 앉아 괴팍한 스웨덴 아저씨 이야기를 쓰면서 ‘이런 이야기 누가 보겠냐’ 했는데, 그게 국내에서 성공하고 해외판권을 처음 사간 곳이 한국이었다. 그리고 오스카에 노미네이트(외국어영화상, 분장·메이크업상)되고, 이렇게 지금은 차기작을 들고 한국에 와 있다. 이 모든 일들이 내겐 마법 같다. 한국과 부산국제영화제는 스웨덴 사람들에게도 영화적으로 존경할 만한 곳으로 알려져 있어서 이번 방문이 너무 기쁘다.

-한국 관객에게 한네스 홀름이라는 감독 이름은 낯설어도 영화 <오베라는 남자>는 잘 알려져 있다.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공감을 얻는 데에는 보편적 정서가 있는 것 같다. 오베 같은 괴팍한 남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그가 가진 고집과 외로움이 남 이야기 같지 않고 공감이 된 게 아닐까. 이곳에 온 지 24시간이 채 안 됐지만 지성과 유머의 밸런스가 스웨덴 사람과 한국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있는 것 같다. (웃음)

-<오베라는 남자>의 성공이 창작자에게 준 재량권도 컸을 것 같다. 차기작에 쏠린 관심 이후 내놓은 작품이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인 <문 오브 마이 오운>이다.

=<오베라는 남자>가 잘될 거라는 생각을 다들 못했고 제작비도 빠듯했다. 일례로 영화에서 고양이의 역할이 무척 중요했다. 디지털로 만들면 손쉬울 텐데 제작비가 부족해 진짜 고양이를 출연시켰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금은 제작비가 좀 늘었다. (웃음) 사실 나는 작품을 연달아 빨리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데 빨리 만들게 된 이유가 있다. 영화에도 나오는 테드의 형, 케네스가 내 오랜 친구다. 그 친구가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었는데, 동생 테드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케네스가 죽기 전에 꼭 영화를 완성하자는 마음으로 서둘렀다.

-케네스가 영화를 봤나? 봤다면 그의 반응이 궁금하다.

=다행히 영화를 보았고, 이후 두달 더 있다 유명을 달리했다. 영화에 만족했는데, 정작 케네스의 딸은 영화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게 생전의 아버지의 모습을 뺏긴다는 느낌이어서인지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스웨덴 하면 혼성그룹 ‘아바’가 떠오른다. 테드 예르데스타드라는 이름도 생소한데, 1970년대 자국에서는 ‘테드 마니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킨 국민 가수였다.

=‘소녀들의 성직자’였다. 10대들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노래 부르는 가수. 15살까지 테니스계의 레전드 선수인 비에른 보리보다 더 실력이 좋은 테니스 선수였다가 음악을 하기로 결심하고 하루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된 케이스였다. 테드가 데뷔하기 1~2년 전 아바의 멤버 비에른 울바에우스와 벤뉘 안데르손을 만났을 때 그들 역시 테드의 음악으로 팝의 가능성을 알았고, 유럽 팝음악을 만드는 데 동기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1962년생인 당신은 어린 시절 테드 예르데스타드의 음악을 접했을 텐데, 그의 짧은 인생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작가적인 필요성도 있었을 것 같다.

=12살 때쯤 누나가 옆방에서 테드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걸 들으며 그의 음악을 알게됐다. 한번은 테드를 본 적 있는데, 식당에서 피자를 먹고 있었다.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골몰한 모습을 보고 스타라서 좀 거만한 게 아닌가 했는데 지나고 보니 당시 그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형 케네스와 알게 된 계기도 우연이었는데, 10년 전쯤 다른 시나리오를 쓰면서 테드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프로듀서가 어떤 작품을 쓰냐고 해서 <더 스카이 이즈 이노선틀리 블루>라고 했는데 그게 테드의 곡 이름이었고, 저작권 문제로 케네스를 만나게 됐고 인연이 됐다(스웨덴어로 힘렌 에르 오쉴딕트 블로(Himlen r oskyldigt bl ), 영어 제목은 <비하인드 블루 스카이스>(2010)로 개봉했다.-편집자).

-어린 나이에 국민 가수에서 병으로,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테드 예르데스타드의 짧은 생에 닥친 정신질환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예르데스타드에게는 그를 압박하는 가상의 인물이 또렷이 보이기도 한다.

=내 형이 정신과 의사인데, 인간심리와 정신분열의 증상에 대해 조언을 많이 얻었다. 테드의 노래 가사를 모두 썼고 밀접하게 지낸 형 케네스와도 테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과 달리 외과적인 처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신 정신적인 병은 간과하던 시대였다. 지금은 치료약도 나와 극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면서도, 그가 창작하는 사람이니 무뎌질까봐 또 약을 거부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정신질환을 앓을 때 어떤 사람은 목소리만 들리는데, 증상이 더 심해지면 사람의 형상까지 보게 된다. 테드가 어떻게 아팠는지, 그가 가졌던 증상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나이 든 사람들의 자살률은 줄었지만, 젊은 층의 자살률은 늘고 있다. 미래에는 정신질환자가 더 늘어나는 시대가 될거라는 예견도 있던데, 테드를 통해 그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싶었다.

-<비하인드 블루 스카이스>에서 빌 스타스가드를 발굴했다면 이번엔 테드 역을 연기한 아담 폴손도 돋보인다. 배우이자 가수인 그가 실존했던 국민 가수를 연기한다.

=<오베라는 남자>를 찍을 때 옆에 테드와 관련한 에세이를 뒀는데, 거기 테드 사진이 있었다. 그걸 본 러시아 분이, ‘이 사람 아담 폴손 아니냐’고 하더라. 그 정도로 닮았다. <비하인드 블루 스카이스>에도 나왔던 친구다.

-1970년대를 다룬 시대극이다. 시대극을 자주 연출했는데, 차기작도 궁금하다.

=시대극을 좋아한다. 과거의 일들이지만 현재의 문제들을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제작비는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비하인드 블루 스카이스> 때는 외딴섬이 배경이라 도심이 배경일 때와 달리 큰 세팅이 필요 없었다.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은 로빈 후드 같은, 우체국에서 일하는 14살 소년의 이야기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자의 돈을 뺏어서 나눠주는. 내가 어릴 때 그랬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훔쳐서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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