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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보스> 갱스터 누아르의 관습을 이식해 구호처럼 외치는 영화
김소미 2019-11-27

체육대학을 다니던 상곤(천정명)은 친한 형의 제안으로 건달 세계에 진입하게 된다. 그는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게 되고 이후 조직에 깊이 가담해 전라도파 행동대장이 된다. 상곤은 믿었던 보스가 공금을 빼돌리며 조직을 배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후 선배를 끌어내리고 보스 자리에 오른다. 영화는 상곤이 보스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음모에 휘말려 교도소에 가게 되면서 ‘얼굴 없는 보스’로 조직원들을 건사하고 의리를 지키는 과정을 따라간다. 폼생폼사, 건달의 낭만과 멋에 취한 남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형제의 의리, 사랑하는 가족과 여자를 위한 남자의 순정, 비정한 건달의 숙명 등 갱스터 누아르의 관습을 이식해 구호처럼 외치는 영화다. 조직 내에 팽배한 정치 갈등이나 금전 사기, 상곤의 주변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신변의 위협 등 스토리를 견인하는 갈등은 대개 표면에서 공허하게 맴돌다 증발하고 만다.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까닭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인물에게 공감할 수 있는 서사의 지지대가 부족한 탓이 크다. 한국 사회에서 건달, 조직, 조폭의 존재가 약화되고 대중문화에서조차 그 낭만성이 퇴색된 시대에 <얼굴없는 보스>는 캐릭터의 성찰과 쇄신이 먼저 필요하다는 전제를 잊어버렸다. 자부심과 연민에 취해 관객을 돌아보지 않는 건달 세계를 인내할 관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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