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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너 이 새끼”

영화 <미성년> 중에 대원(김윤석)이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장면이 있다. 발신인은 ‘덕향 김사장’. 대원은 불륜 상대인 미희(김소진)를 그렇게 저장했다. 본명으로 저장하기 뭣하니, 처음엔 미희네 식당 이름 ‘덕향오리’를 입력했겠지. 하지만 가게 이름만 검색해도 위치가 대번에 드러나니까 덕향으로 줄였을 테고. 덕향은 또 너무 여자 이름 같으니 구차하게 김사장을 덧붙이지 않았을까?

SBS 드라마 <VIP>에도 핸드폰으로 폭로되는 비밀과 거짓말이 있다. 백화점 VIP 전담팀 차장 나정선(장나라)의 남편이며 팀장인 박성준(이상윤)은 <미성년>의 대원보다는 심플하고 교활한 수를 썼다. 그의 핸드폰에는 ‘차 진호’와 ‘차진호’가 있다. 아내의 의심을 피하려 띄어쓰기를 이용했다. 극장에선 육성으로 욕을 못해서 괴로웠지만, 드라마는 괜찮다. “너 이 새끼.”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어요.” 발신인을 알 수 없는 문자를 받은 정선의 지옥은 남편을 용서하겠다 결심해도 끝나지 않는다. 세 명의 여성 팀원에 대한 의심이 걷히지 않자 정선은 다시 진실 앞에 선다. 이때부터 드라마는 일터의 여성 동료들을 갈라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은 기회, 좁은 자리를 두고 갈등을 빚게 하고 이를 이용하는 쪽이 누구인지 밝혀간다. 한번 눈이 뜨이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 직급이 높은 정선을 회사에서 ‘형수’라고 부르는 남편의 후배. 진짜 차진호(정준원) 같은 인물의 넉살도 비위가 상한다. “너 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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