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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들> 예술이라는 이름 앞에서, 속물적 근성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군상들
이화정 2019-12-11

“제가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뭔 줄 아세요? …쌍년.” 표절을 ‘차용’이라 우기며 앤디 워홀 운운하는 미술 작가 선우정(유다인). 애인이자 미술잡지기자 김형중(심희섭)의 집에 얹혀사는 우정은 ‘쌍년’이라는 뒷담화와 각종 소송에도 한없이 당당하다. 유민미술관 큐레이터 서진호(송재림)는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선 그녀에게 특별전 초청을 제안하고 잠자리까지 갖는다. 그러던 중 형중이 사촌형이자 관장(유재명)의 낙하산 인사로 유민미술관에서 일하게 되면서 상황은 폭발 직전에 달한다. 한편 이들 가운데 느닷없이 등장한 고교 동창 탁소영(옥자연).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소영은 우정이 바람 피우는 걸 알게 된 형중을 자신이 꾀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네 남녀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예술이라는 이름 앞에서, 속물적 근성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군상들. <속물들>의 인물에게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한때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했던, 미술관을 매개로 한 대기업 일가의 불법 비자금 횡령 및 탈세사건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자리에 오른 우정은 상승하려는 자신의 욕망을 컨트롤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그 바탕엔 가진 것이 없는 데서 오는 콤플렉스로 가득 차 있다. 욕망과 콤플렉스의 단단한 이중교합 뒤에 남는 것은 자기합리화를 위한 위악과 아귀다툼뿐이다. 이 문장이 어떤 형태로 발현되는지는 영화의 백미이자 후반부에 해당하는,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미술관의 퍼포먼스에서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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