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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죽였다> 용의자가 된 남자가 기억의 퍼즐을 맞춰나가며 하룻밤의 타임라인을 다시 쓰는 이야기
남선우 2019-12-11

영화의 시작과 함께 누군가의 기억, 꿈 혹은 상상인지 분명치 않은 살인 장면이 펼쳐진다. 뒤이어 경찰 대연(안내상)이 정호(이시언)를 찾아와 충격적인 소식을 전한다. 지난 밤 정호와 별거 중인 아내 미영(왕지혜)이 살해당했다는 것. 어젯밤 어디서 무얼 했냐는 대연의 물음을 추궁으로 느끼고 불쾌함을 표한 것도 잠시, 정호는 자신의 손과 셔츠에 묻어 있는 핏자국에 당황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몰린다. 그러나 친구와 술자리를 가졌던 것 외에 어제 일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정호. 그는 영문도 모른 채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고 만다. 2010년 연재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아내를 죽였다>는 아내를 살해한 용의자가 된 남자가 기억의 퍼즐을 맞춰나가며 하룻밤의 타임라인을 다시 쓰는 이야기다. 그를 쫓는 경찰은 사건이 있기 전 부부가 어떻게 생활을 유지해왔는가에 초점을 맞춰 수사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이에 관객은 심리적 거리를 두고 궁지에 몰린 주인공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그를 포함한 몇몇의 등장인물을 용의선상에 올리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플롯에 따른 추리의 쾌감보다 잘못된 선택을 해온 인물의 허망감에 집중한다.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편집된 시간으로부터 축적된 인물의 내력을 떠올리면 영화가 도달한 감성은 어색하고도 오래된, 동조하기 어려운 센티멘털이다. 에필로그가 분위기를 뒤바꾸며 영화를 마무리하지만 찜찜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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