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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금지 구역! 지독한 '현실 로맨스' 영화들

제목은 '결혼 이야기'지만 명백한 '이혼 이야기'.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에서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연극 감독과 배우로 짝을 이룬 예술가 부부다. 그러나 영화는 낭만적인 결혼 생활이 아닌 이혼을 결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여느 커플들처럼, 두 사람이 결혼과 이혼에 이른 배경에는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는 사유란 것은 없다. 개탄스럽게도 찰리와 니콜은 서로의 장점과 매력을 너무도 잘 안다. 관계는 이렇게나 미묘하고 오해의 타이밍은 언제나 얄궂다. 흔히 '신데렐라 이야기'라 불리던 백마 탄 왕자 이야기를 로맨스로 착각하던 때는 지난지 오래. 불완전한 우리들을 닮은 현실적인 로맨스 영화 다섯 편을 골랐다.

매기스 플랜, 2015

레베카 밀러의 영화를 본 전문가들은 '여자 우디 앨런'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녀의 영화가 지리멸렬한 사랑을 경쾌한 톤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거나, 말과 말이 끊이지 않는 수다스러운 블랙코미디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뉴욕 인디영화의 한 산맥처럼 보이기도 하는 배우 그레타 거윅이 <매기스 플랜>의 주인공 매기다. 결혼은 원치 않지만 아이는 갖고 싶은 낙천주의자 매기는 유부남 대학교수 존(에단 호크)과 우연히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문학적 야심을 이해해주는 매기에게 존은 열정적으로 사랑을 쏟게 되고, 아내 조젯(줄리안 무어)을 떠난 존과 매기는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정작 두 사람의 가정은 행복하지 않았다. 매기는 생각한다. 조젯의 '자아도취'와 '애정결핍'이 있어야 존은 균형을 잡는다고. 그녀의 통찰이 맞건 틀리건 간에 남편을 돌려주려는 매기의 황당한 안간힘이 계속된다. 제멋대로 굴러가는 인생을 계획대로 해보겠다는 그녀의 발상부터가 어쩌면 욕심이 아니었을까.

레볼루셔너리 로드, 2009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당시 케이트 윈슬렛의 남편이던 샘 멘데스 감독이 연출하고, 그녀의 잘 알려진 절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함께 출연한 영화다. 기승전결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지는 여타 로맨스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의 편집은 잔혹한 교차 편집을 택한다. 첫눈에 반한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과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믿음과 사랑을 확인해가는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이 펼쳐지더니, 견고할 것만 같던 둘의 사랑에 균열이 지는 순간이 바로 덧붙여진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행복과 불행이라는 너무도 다른 국면들을 엇갈리게 잇는 대비를 보여준다. 교외 지역의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가정을 꾸려 단란한 일상을 살아가는 둘. 그러나 안정된 삶과 이상적 현실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가 갈등에 불을 붙인다. 하지만 그건 단지 드러난 사실일 뿐, 얼마나 다양하게 사소한 지점에서 시작된 균열인지를 구석구석 확인할 수 있다.

클로저, 2004

<클로저>는 언제부턴가 만인의 '인생작'으로 불려왔다. <졸업>을 만든 감독 마이크 니콜스는 희곡 <클로저>를 영화화하기 위해 네 명의 남녀 배우를 모았다. 부고 기자 댄(주드 로)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마주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와 연인이 된다. 수년 뒤 책을 출판하게 된 댄은 프로필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반하게 되고, 안나는 댄의 짓궂은 장난으로 우연히 만나게 된 의사 래리(클라이브 오웬)와 사랑에 빠진다. 향후 이 매력적인 남녀가 벌이는 <클로저>의 난장판은 그저 보기만 했을 뿐인 관객의 에너지를 쉼 없이 앗아간다. 욕망 앞에서 분별력을 잃은 청춘 남녀들이 끊임없이 서로를 기만하는 실수를 한다. 데미안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가 들려오던 운명적인 만남은 영원을 보장하지 않으며, 치열한 다툼 끝에 차지한 이 자리조차 만족스럽지 못한 순간들이 <클로저>에 담겨 있다.

블루 발렌타인, 2010

전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신디(미셸 윌리엄스)에게 사랑에의 희망은 다시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의 아픔까지 함께하기로 한 다정한 딘(라이언 고슬링)의 등장에 이들은 결혼을 결심한다. <레볼루셔너리 로드>처럼 <블루 발렌타인>도 마치 평행선 같은 사랑의 모습을 이어붙인다. 과거는 슈퍼 16mm로, 현재는 HD로 촬영하기까지 하며 의도적인 대비를 보여준다. 신디와 딘의 사랑이 시작되던 찬란한 순간, 그리고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신디와 이상을 추구하는 딘의 엇갈린 대화들. 그 결과는 어떨까. <블루 발렌타인>을 본 관람객들은 '영화를 보다가 상처를 받고 말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관계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블루 발렌타인>은 개인의 세계관이 부딪혀 생겨난 균열을 서늘하게 응시하는 영화다.

연애의 온도, 2012

일단 영화가 현실감 넘치는 연애담을 담기로 한다면, 기억에 남을 싸움 신 하나는 반드시 있다. 노덕 감독의 <연애의 온도> 역시 이 명제를 지킨다. 은행원으로 만나 3년째 비밀 연애 중인 사내커플 동희(이민기)와 영(김민희). 대부분의 하루 일과를 함께한다는 것이 득인 동시에 실이기도 하다는 증거가 사방에 드러난다. 남 몰래 주고받는 사랑의 신호는 이들의 연애를 은밀하고 풍요롭게 만들지만, 추스를 수 없는 극한의 감정 상태에서도 의연한 체할 수밖에 없다.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던 둘은 어느 순간 평정심을 잃고 서로를 파멸이라도 시킬 듯한 싸움으로 이어진다. 관계 회복을 위해 방문한 놀이공원에서 벌인 숨 막히는 다툼은, <연애의 온도> 중 가장 큰 공감을 불러 모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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