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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영화계의 연말정산
장영엽 2019-12-13

한해를 결산하는 시즌이 돌아왔다. 각종 시상식과 결산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로 빼곡한 메일함만 열어보아도 2019년이 저물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씨네21> 기자들도 한주 뒤로 다가온 올해의 영화, 영화인 결산 기사 마감을 앞두고 놓친 영화들을 챙겨보는 한편, 영화인들을 만나 송년 인사를 전하느라 분주하다. 그야말로 24시간이 모자라게 느껴지는 나날들을 보내던 중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사고’도 겪었다. 수요일 밤, 모 영화사 송년 파티에 참석한 뒤 I 기자의 차를 타고 집에 가던 중 올림픽대로 한복판에서 차가 멈췄다. 차 밖으로 나가 시속 100km 이상 질주하는 차들을 옆으로 보내려 온 힘을 다해 팔을 휘저었는데, 그야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이었다. 추위에 떨며 함께 팔을 휘젓던 I 기자가 물었다. “선배, 저 이번주 기사 마감 할 수 있겠죠?”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도 다음날 원고 마감을 걱정하는 주간지 영화기자의 삶에 애도를. 다행스럽게도 I 기자는 특집 기사를 무사히 마감했고, 나 역시 살아남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번주 특집은 올겨울 극장가에서 맞붙게 될 한국영화 이야기다. 경쟁작들 가운데 가장 먼저 시사회를 연 <시동>의 리뷰와 최정열 감독 인터뷰, <백두산>의 두 주역 배우 이병헌·하정우와의 만남을 담았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만 보더라도 <시동>과 <백두산>은 판이하게 다른 매력으로 승부하는 영화가 틀림없다.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진 <백두산>이 톱스타와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리라 짐작되는 한편,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시동>은 소소한 이야기 속 독창적인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의 활약이 인상적인 영화다. 작품의 스케일로 비교하자면 <백두산>의 압승이지만, 2019년의 흥행작들을 돌아보건대 규모의 영화가 반드시 극장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최근 CGV리서치센터가 2019년 한국 영화산업을 결산하며 3대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한 단어 또한 ‘탈(脫)공식’이다. 6월, 11월 같은 비수기에 개봉한 작품들이 크게 성공한 반면, 여름방학, 추석 등 성수기 시즌에 개봉한 한국 대작영화들이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현상이 전통적인 시장 지형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CGV리서치센터의 결산 자료는 또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최종 관람객과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20대의 관람 의향이었다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이러한 지표는 곧 연말 극장가에서 펼쳐질 겨울영화 대전의 향방을 더욱 예측 불가능하게 한다. 2019년 성수기 극장가에서 관객의 외면을 받았던 한국 대작영화는 겨울영화 시장에서 화려하게 복권할 수 있을까. 흥행의 키를 쥐고 있는 20대 관객의 마음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또 다른 한국영화 대작인 허진호 감독의 신작 <천문: 하늘에 묻는다>와 <백두산>이 차례로 공개되는 12월 셋째 주엔 겨울영화 대전의 윤곽이 보다 선명해질 거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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