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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 에드워드역에서: 내 오랜 남자친구에게> 노리스 웡 이람 감독 - 홍콩 청년들은 왜 가짜 결혼을 할까
김현수 사진 오계옥 2020-03-12

홍콩의 젊은 영화감독들은, 나아가 젊은 세대들은 지금 어떤 고민을 하며 살고 있을까. 올해 서독제에 특별초청되어 관객과 만난 노리스 웡 이람 감독의 <프린스 에드워드역에서: 내 오랜 남자친구에게>는 현재 홍콩 젊은이들이 직면한 여러 사회 이슈 가운데 결혼과 내 집 마련 문제 등을 여성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한국의 젊은 세대도 똑같이 고민하는 이 문제는 결국 그 사회가 지닌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프린스 에드워드역에서: 내 오랜 남자친구에게>는 홍콩의 현재를 다각도로 바라보게 만드는 영화다. “주인공 퐁이 겪는 결혼 문제는 내 주변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다.” 방송국에서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던 감독은 “지인들이 결혼을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결혼에 대해 막연한 판타지를 갖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고, 그 고민은 첫 장편 시나리오로 이어졌다. 그런데 퐁이 결혼을 결심한 남자 ‘에드워드’와 극중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웨딩몰 ‘골든 플라자’가 위치한 ‘프린스 에드워드역’과 이 영화의 영제인 <My Prince Edward>는 어떤 연관성을 가질까. “프린스 에드워드역은 사랑을 위해 왕권을 포기했다고 알려진 영국 에드워드 8세의 이름을 따서 역명을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퐁이 에드워드 왕자 같은 남자주인공을 만나면 어떨까, 라는 마음으로 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극중 에드워드와 그를 감싸고 도는 시어머니 사이에서 고뇌하는 퐁의 모습에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부갈등’의 전형이 담겨 있다. “영화 속 에드워드는 진정한 왕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웃음)” 에드워드의 직업이 웨딩사진 스튜디오 운영자라는 사실 또한 타인의 결혼을 돕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결혼에선 해법을 찾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표현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담긴 설정이다.

나아가 <프린스 에드워드역에서: 내 오랜 남자친구에게>에서는 현재 중국 본토의 젊은이들과 홍콩 젊은이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대변하는 듯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결혼을 앞둔 퐁이 실은 과거에 돈을 벌기 위해 본토의 젊은이와 서류상 가짜 결혼을 했으며, 이제는 진짜로 결혼하기 위해 서류상으로 이혼을 해야만 한다는 것. 이는 실제 홍콩의 젊은이들이 겪는 사회문제 중 하나다. “어느 날 뉴스를 보는데 홍콩과 본토 젊은이들 사이의 가짜 결혼이 횡행하다 보니 결혼 브로커 매출이 오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더라. 조사해보니 골든 플라자에도 실제로 이런 결혼 전문 흥신소가 존재하기도 했다.” 홍콩 사람들과의 가짜 결혼이 횡행하는 이유는 본토 사람들이 홍콩에서 살 수 있는 거주민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 “요새는 홍콩 거주민증을 발급받는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헷갈려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내 집을 얻기 위해 결국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퐁과 에드워드의 상황, 본토인과의 가짜 결혼을 청산해야만 진짜 결혼을 할 수 있는 퐁의 상황은 현재 홍콩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 그 삶의 무게를 대변하는 묘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 정부가 주관하는 신인감독 장편지원프로그램 ‘First Feature Film Institute’에 선정된 프로젝트로 325만홍콩달러를 지원받아 만들어진 이 작품은 “덩리신 등 상업영화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을 기용하다 보니 제작비가 상승했다”. 현재 홍콩영화계는 중국과 합작을 많이 하는데, 그럴 경우 주인공으로 홍콩 배우를 기용하는 게 쉽지 않다고. 상대적으로 기회를 잃어가는 홍콩 배우, 그중에서도 여자배우의 캐스팅이 더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감독은 덩리신을 캐스팅한 것. 그녀는 자신의 이런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증명해 보였다. 리안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스승처럼 생각하는 그는 차기작으로 “홍콩 사람이 일본으로 이민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홍콩의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 나아가 시대와 체제의 경계를 오가며 갈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담아낼 노리스 웡 이람 감독의 차기작을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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