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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기생충>과 한국영화의 힘
장영엽 2019-12-20

2020년을 앞두고 최근 다양한 매체에서 ‘2010년대 베스트’ 목록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그 흐름에 편승해 지난 10년간의 한국영화계 주요 이슈를 정리해본다면, 아마 2019년 한해 동안 충무로 안팎에서 일어났던 많은 사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과 더불어 기억해야 할 유의미한 기록들이 가득하다. 최초로 다섯편의 천만영화가 탄생했으며, 역대 최다 기록인 2억 2천만명의 관객(12월 17일 기준)이 극장을 찾았고, 첫 장편 상업영화를 연출한 여성감독들이 한국영화 흥행 순위 10위권에 무려 네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독립영화계에서는 ‘영화제 44관왕’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의 소유자 김보라 감독을 비롯해 강상우, 안주영, 유은정, 이옥섭, 한가람 등의 신진감독들이 한국 독립영화의 저력을 입증했다. 또 이정은, 염혜란 등 한국영화계의 ‘신스틸러’로 기능했던 여자배우들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해를 거듭하며 충무로 곳곳에서 조금씩 엿보였던 변화들이 2019년 한해 동안 응축된 방식으로 표출되었다고나 할까. <씨네21> 송년 특별호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결산 기사는 지난 10년을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10년의 출발점에 선 한국 영화산업의 역동적인 현재를 체감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먼 훗날 2019년을 반추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를 ‘사건’은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의 선전일 듯하다. 칸국제영화제에서의 열광적인 반응을 시작으로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 <기생충>의 국내 극장가 천만 관객 돌파, 아시아영화에 무관심한 영미권 평단의 전례 없는 관심, 급기야 골든글로브 감독상·각본상·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에 이어 최우식 배우가 부른 <소주 한잔>을 아카데미 주제가상 예비 후보 목록에서 마주하게 되기까지 2019년 <기생충>을 둘러싸고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은 영화적 차원을 넘어 하나의 글로벌한 문화현상이 되었다고 할 만하다. <씨네21> 연말 베스트 역사상 가장 높은 점수로 ‘올해의 한국영화 1위’에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올해의 감독, 올해의 남녀 주연배우, 올해의 촬영감독, 올해의 각본으로 선정되는 등 <기생충>에 대한 평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는 바로 이러한 다채로운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마침 올해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자로서, 시나리오작가로서 2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바쁜 일정 가운데 <씨네21> 앞으로 음성메시지를 보내온 봉준호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 시나리오를 쓰고 있던 1999년”의 자신을 떠올리며 영화를 만들 때마다 자신과 스토리가, 자신과 매 장면들이 “투명하게 일대일로 마주하는” 상태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그의 겸허한 소감이야말로 2019년을 보내는 지금 시점에서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한마디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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