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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야구 보는 맛 단짠단짠

야구 시즌이 끝나고 연봉 협상이나 선수 영입을 하는 기간을 ‘스토브리그’라고 한다. 각 구단 팬 게시판이 온갖 잡음을 전하는 ‘카더라’ 통신이나 트레이드 기사에 들썩이는 시기. 때마침 팬들이 둘러앉은 스토브에 땔감이 늘었다. 구단 운영팀을 다룬 드라마 SBS <스토브리그> 얘기다.

“8892910101010.” 팬들의 눈물도 말랐다는 꼴찌팀 ‘드림즈’에 새로 온 단장 백승수(남궁민)가 암흑기 순위를 뜻하는 ‘비밀번호’를 읊는다. 프로야구 원년 창단에 유통 체인이 있는 모기업이라고 하면 분명 내 팀 같고, 코미디 같은 수비 실책은 그 팀 같고, 모기업의 재정 지원이 열악하다면 또 이 팀인가 싶다. 하위권 팀 팬들이 ‘우리 팀이 모델 아니냐!’고 울부짖을 만큼 구체적으로 못하는 팀을 만들었으니, 말이 되게 재건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팀 4번 타자 트레이드설이 돌자 단장 퇴진 운동을 벌이던 팬들이 그 대신 리그 정상급 1선발 투수가 드림즈로 돌아온다니까 곧바로 ‘갓승수’라 찬양하는 장면에서 큰 웃음을 터뜨렸다. 야구팬은 이런 사람들이지. 숨은 보석 같은 외국인 투수(저렴함!)를 영입하러 미국에 간 운영팀의 스피드건에 찍힌 구속. ‘155’가 화면 가득 CG로 얹힐 때도 군침을 삼켰다. 드라마 속 가상의 선수란 걸 알면서도 내 팀에 넣고 싶어졌다. 하룻밤 사이, 5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로 뛴 몸값을 지를까 말까 고민하는 스토브리그는 야구팬의 금전 감각이 옅어지는 시기다. 말이 되는지 따지려 했는데 이미 마음을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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