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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 톰 후퍼 감독 - 8살의 나도 만족했기를
이주현 2020-01-02

<킹스 스피치>(2010), <레미제라블>(2012), <대니쉬 걸>(2015)의 톰 후퍼 감독이 <레미제라블>에 이어 다시 뮤지컬영화에 도전했다. T. S. 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캣츠>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고양이들의 춤과 노래로 황홀경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 스토리가 아닌 퍼포먼스 중심의 공연이다. 톰 후퍼 감독은 뮤지컬 <캣츠>를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빅토리아(프란체스카 헤이워드)라는 인물을 내세워 고양이들의 세계로 관객을 친절히 안내한다.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이 감동적 대서사시라면 <캣츠>는 감각적인 뮤지컬영화라 할 수 있는데, <레미제라블>을 열렬히 사랑해준 한국 관객을 직접 만나기 위해 톰 후퍼 감독이 <캣츠> 개봉을 앞두고 지난 12월 23일 내한했다. 뮤지컬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의 협업이 얼마나 놀라운 경험이었는지, 세계적 발레리나 프란체스카 헤이워드와 최고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얼마나 대단한 아티스트인지 직접 들려주었다.

-1981년 뉴런던 시어터에서 초연했을 당시 처음 뮤지컬 <캣츠>를 보았다고. 8살 아이의 눈에 뮤지컬 <캣츠>는 어땠고, 그때의 경험이 영화 <캣츠>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

=8살 때 부모님이 뮤지컬 <캣츠> 극장에 데려갔다. 그때의 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데, 그야말로 마법과 같은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한국에 와서 영화 <캣츠>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8살의 나에게 가서 “훗날 네가 <캣츠>를 영화로 만들게 될 거야”라고 말해도 믿지 못할 것 같다. 꿈에서도 생각지 못한 꿈이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뮤지컬을 만든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내가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니 대단한 꿈이 이루어진 거다. 그렇기 때문에, 8살의 내가 다시 봐도 그때와 똑같이 매료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 했다. 나이와 무관하게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다.

-뮤지컬 <캣츠>는 내러티브가 아닌 퍼포먼스 중심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이다. 그런 뮤지컬을 영화로 바꾸는 과정도 만만치 않게 도전적이었을 것 같다.

=혁신적인 특수효과 기술을 적극 활용해서 <캣츠>의 캐릭터와 이미지를 구현하려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뮤지컬 <캣츠>가 초연됐을 당시 사람들이 받았던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재현하고 싶어서였다. 영화 또한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그린다. 원작인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는 T. S. 엘리엇이 1930년대에 자신의 대자녀를 위해 쓴 고양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우화 시집인데, 이 개별의 고양이 캐릭터들을 영화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퍼포머들이 공연한다. 스킴블샹스 역의 스티븐 매크레이는 최고의 탭댄서이고 이드리스 엘바, 제임스 코든, 레벨 윌슨 같은 개성 강한 배우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등이 모두 개성 뚜렷한 고양이 캐릭터를 맡아 연기한다. 그런 식으로 캐릭터의 다양성을 극대화하고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를 살리려 했다. 그와 동시에 스토리라인을 부각하기 위해 함께 각본 작업을 한 각본가 리홀과 함께 빅토리아의 이야기를 강화했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고양이 빅토리아가 여러 고양이들을 만나게 되고 결국 작은 친절을 베풀면서 고양이들의 운명을 바꾸게 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빅토리아를 연기한 배우는 런던로열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프란체스카 헤이워드다. 헤이워드의 퍼포먼스가 눈이 부셨는데, <캣츠> 이전에는 연기 경험이 전무했던 발레리나다.

=프란체스카는 로열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 중 한명이다. 그녀가 공연한 걸 본 적이 있는데 마치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얘기한 것처럼 <캣츠> 이전엔 연기를 한 적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디 덴치나 이언 매켈런의 수준으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선보였다. 그런 배우를 발견한 건 일생일대의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프란체스카는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자기 안의 특별한 재능을 드러낸다. 위대한, 진정한 퍼포머라면 그래야 한다. 우리는 ‘시네마 매직’이란 표현을 썼는데, 프란체스카는 카메라 앞에 서면 빛이 났다. 게다가 노래도 잘하지 않나. 최고의 발레리나에 연기에 노래까지. 그녀가 없었으면 아마도 이 영화를 만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뮤지컬 <캣츠>의 대표곡은 <Memory>다. 이번엔 <Memory>의 답가 같은 를 새로이 창작해 들려준다. 어떻게 이 곡을 만들게 되었는지, <Memory>만큼 뛰어난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는지 궁금하다.

=빅토리아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빅토리아에게도 노래를 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준비 초기 단계부터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나눴다. 빅토리아는 다른 고양이들을 지켜보고 반응하고 배우는 위치에 있는 고양이인데, 그런 빅토리아에게도 고유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멜로디는 일찌감치 써뒀는데 적당한 가사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테일러 스위프트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봄발루리나 역의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이 부를 곡을 연습하기 위해 작업실을 찾았는데, 앤드루가 의 멜로디를 들려줬다. 테일러는 멜로디를 듣자마자 24시간 안에 가사를 완성했다. 그 가사를 보며 누군가가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처럼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려냈다는 생각을 했다. T. S. 엘리엇의 시적 표현에 맞먹는 수준의 새로운 가사를 써야 한다는 게 상당한 부담이었지만 테일러 덕분에 그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촬영 중 가장 멋진 순간 가운데 하나도, 현장에서 앤드루가 피아노를 치고 테일러가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하면서 를 들려주던 순간이다. 그 순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더라. 이후 테일러가 프란체스카에게 직접 노래를 알려줬고, 그 노래를 듣던 프란체스카의 감격에 찬 얼굴도 기억난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대단한 가수이자 작사가다.

-고양이 캐릭터는 사람의 얼굴과 손과 발을 지녔다. 또한 끊임없이 움직이는 꼬리와 귀는 이 캐릭터가 고양이라는 걸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사람 같은 고양이 혹은 고양이 같은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고양이 캐릭터들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되길 바랐나.

=나는 이들을 ‘휴먼 캣’이라고 표현하는데, 캐릭터 디자인과 관련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엘리엇의 시를 읽으면, 고양이를 통해 인간의 이야기도 하고, 인간을 통해 고양이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들은 완전히 고양이도 아니고 완전히 인간도 아닌 캐릭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양이와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가져가야지만 원작을 충실히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를 만들 때 뮤지컬 <캣츠>를 사랑하는 팬들을 의식하기도 했나.

=가장 걱정하고 의식했던 건 8살의 나였다. 나는 영화의 감독이지만 동시에 열성적인 뮤지컬 <캣츠>의 팬이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함께 영화 작업을 했기 때문에 뮤지컬 팬들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와 영화의 내러티브, 비주얼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고 그런 협업이 있었기 때문에 원작이 충분히 보호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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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니버설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