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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속물들> 옥자연 - 영화라는 멋진 신세계
임수연 사진 오계옥 2020-01-09

<백두산>에서 조인창(하정우)이 이끄는 부대에는 여군이 한명 있다. 미사일을 해체하기 위해 북한에 갔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백두산 폭발을 막는 임무를 대신 맡게 돼 우왕좌왕하는 대원들 중에서, 민중사는 가장 침착하고 믿음직스럽다. 그런데 <백두산>보다 몇주 먼저 개봉한 <속물들>을 본 관객마저도, 한량처럼 사는 마약중독자 소영과 <백두산>의 민 중사를 같은 배우가 연기했다는 것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단 두편의 영화만으로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옥자연은 이같은 반응에 “신인의 이점 같다. 지금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라며 배우로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백두산>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오디션을 본 사람 중에 가장 군인 태가 났다고 한다. <인랑>에서는 인랑의 일원이었고, 드라마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에서는 형사, 드라마 <이몽>에서도 독립군을 연기해 액션 경험이 있다. 키가 크고 중성적으로 생긴 외모 때문에 이런 캐릭터로 찾아주시는 것 같다.

-북한 현수교가 무너지는 백두산 3차 폭발, 위기의 순간에 민 중사가 버스를 몰고 나타난다. 이른바 ‘신스틸’ 하는 멋진 장면이다.

=특수차량을 담당하는 선생님에게 운전을 배웠다. 조마조마하며 촬영을 기다린 신인데, 막상 세트장에 가니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예상을 벗어나는 지점이 있더라. 연습 장소와 달리 촬영장에는 세트가 있고, 정확하게 버스를 세우지 않으면 세트와 부딪칠 수 있었다. 내가 운전을 좀더 잘했다면 촬영감독님도 시도할 수 있는 앵글이 더 있었을 텐데 차를 직접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 끊어가며 촬영했다. 스탭들 덕분에 결과물이 멋지게 나와서 나도 깜짝 놀랐다.

-영화에서는 주로 남초 집단에 섞여 있는 여자 캐릭터를 연기했다. 과거 무대 연기를 했을 때와 여러모로 달랐을 텐데.

=매체 연기를 하며 같이 연기를 주고받은 여자배우는 <속물들>의 (유)다인 언니와 tvN 드라마 스테이지 <내 연적의 모든 것>을 함께한 (김)슬기씨밖에 없다.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성비를 떠나 영화와 연극은 많이 다르다. 연극은 준비시간이 길고, 그렇게 끈끈해진 상대배우와 연기를 주고받으며 그 에너지로 가는 게 많다. 그런데 카메라 연기는 호흡을 끊어가기도, 상대배우 없이 연기하기도 한다. 무대는 컴컴한 공간에 조명이 켜지면 배우가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이 받쳐주는데, 영화는 스탭들이 각자 일을 하며 굴러가는 톱니바퀴 속에서 나 역시 부품 중 하나가 된다. 그래서 이미지로서의 나를 생각해야 한다.

-연기과가 아닌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진학했다.

=원래 배우가 꿈은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하고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내가 배우가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 했다. 대학에 들어간 후에도 학교 사람들과 밴드 활동을 했지 연기를 생각하진 않았다. 원래 연극을 너무 좋아했다. 3학년 때 국립극단의 <3월의 눈>을 보다가 고 장민호 선생님의 연기에 너무 감동받아서 갑자기 연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선배 두어명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갔기 때문에 나도 시험을 볼까 생각했는데, 대학로에 빨리 가고 싶다는 마음에 시험을 포기하고 무작정 이사부터 했다. (웃음) 그렇게 관악에서 한성대 입구로, 아무 연줄도 없는 곳으로 떠나 공연문화 사이트 OTR에 올라온 오디션도 보고, 극단도 들어가게 됐다. 이후 국립극단에서 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는 등 계속 연기를 할 기회를 얻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그동안 연기했던 전문직이나 강한 캐릭터에 애정이 있다. 많이들 찾아주시는 걸 보면 내가 해낼 수 있는 게 이런 영역인가 보다. 여기서 잘 변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를 찾아줘>(2014)의 에이미(로저먼드 파이크), 이미지는 좀 다르지만 <꿈의 제인>(2017)의 소현(이민지) 등 어딘가 불안하고 상처 있는 캐릭터들에게 마음이 간다. 덜 보호받고, 더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한 인물들. 왠지 내가 잘할 거 같다. (웃음)

영화 2019 <백두산> 2019 <속물들> 2019 <비스트> 2018 <걸캅스> 2018 <인랑> 2018 <버닝> 2017 <안시성> 2016 단편 <종이피아노> 2016 단편 <지울 수 없는> 2016 <사랑하기 때문에> 2016 <밀정> TV 2019 <이몽> 2018 <내 연적의 모든 것> 2018 <기름진 멜로> 2017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2017 <투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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