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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2020년 한국영화 미리보기
장영엽 2020-01-10

영화보다 극적인 시사 뉴스가 연일 쏟아지는 요즘이다. 전세계적으로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에 오르고, 국내에서는 파격적인 검찰 인사가 야기할 정국의 변화를 좇는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창작자들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지리라 짐작한다. 한편으로는 이처럼 엄중한 현실이 앞으로 제작될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세계에 놀라움을 안겨준 2018년의 남북 정상회담과 그 이후 숨가쁘게 전개된 북핵 문제가 그로부터 1년이 지나 극장가에서 선보인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백두산>과 역시 남북 관계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2020년 기대작 <모가디슈> <정상회담>(가제) 등의 영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을 생각하면, 현재의 풍경은 미래의 한국영화에 어떠한 밑그림으로 아로새겨질지 물음표를 가지게 된다.

이번호 특집은 2020년 극장가에서 만나게 될 9편의 한국영화 신작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씨네21>이 엄선한 이들 작품 중 상당수가 극적인 현실로부터 영화적 상상력을 시작하고 있다. 류승완 감독의 귀환을 알리는 <모가디슈>는 1990년 12월 소말리아 내전 당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돼 목숨을 건 탈주를 시도한 남북 대사관 직원들의 실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이며, <강철비>(2017)의 “상호보완적 속편”인 양우석 감독의 <정상회담>은 전작보다 더욱 직접적인 방식으로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하는 영화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뜨거운 팬덤을 양산한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는 그간의 한국영화가 깊이 탐구하지 못했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정치인의 일대기를 ‘선거판의 여우’라 불리는 전설적인 참모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출의 묘를 선보일 예정이며, 커버 스타에서 소개한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익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실의 단면을 낯선 공간에서, 의외의 인물의 시선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하는 이들 작품의 새로운 시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편 2020년 기대작 중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2016)의 속편이자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영화로 화제가 된 연상호 감독의 <반도>, 한국 최초로 <레미제라블>과 같은 라이브 녹음을 선보인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영화 <영웅>처럼 장르적인 도전을 선보이는 영화도 있다. 전체 회차의 80% 이상을 타이 방콕에서 촬영하는 추격 액션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제)와 같이 해외 로케이션의 이국적인 풍경에 승부수를 거는 작품도 존재하며, 정지연 감독의 <앵커>, 배우 출신 감독 조은지의 <입술은 안돼요>(가제)처럼 지난해 한국 극장가에서 유의미한 주목을 받았던 여성 신진 상업영화 감독의 계보를 잇는 야심찬 데뷔작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모두가 새로움과 스펙터클을 추구할 때 뚝심 있게 과거로 돌아가 조선 최초의 어류도감 <자산어보>의 집필 과정을 영화화한 이준익 감독의 의지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압도적인 현실에 맞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는 올해의 한국영화들이 여기에 있다. 당신의 마음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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