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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 캠코더 안에 담긴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서로를 기억한다

선반 공장에서 일하는 36살의 진무(곽진무)는 뇌수술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의사로부터 수술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수술 전, 진무는 캠코더를 들고 가족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간다. 그리고 엄마 숙녀(변중희), 누나 현(김현), 형 정도(신문성)를 만난다. 엄마 숙녀는 젊은 시절 딸 현을 낳고 살다가 정도의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했고 진무를 낳았다. 진무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들을 캠코더에 담는다. 때로는 그 자신이 담기기도 한다. 가족들은 캠코더 안에 담긴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서로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의 끝엔,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가 있다. 진무는 아버지를 떠올리기 시작한다.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불장군상과 제7회 무주산골영화제 뉴비전상·영화평론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작은 빛>은 조민재 감독의 개인적 이야기가 담긴 자전적 영화다. 공장노동자인 주인공, 애틋한 가족, 평범한 일상 등 소재 측면에선 다른 독립영화들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빛>의 힘은 소재나 서사라기보단 그것들을 영화 안에서 만지고 다루는 조민재 감독의 남다른 고민과 태도에서 비롯된다. 캠코더와 카메라의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는 영화는 느슨한 듯 견고하게 인물들을 아우르며, 그 틈새에서 신묘한 빛과 리듬과 정서를 포착한다. 신인감독의 놀라운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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