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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하트 인 아틀란티스
2002-05-07

시사실/하트 인 아틀란티스

■ Story

죽마고우 설리의 부음을 듣고 고향을 찾은 사진작가 바비 가필드(데이비드 모스)는 유년의 마지막 해였던 11살의 여름을 회상한다. 생활고와 죽은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자식에 대한 배려를 잠시 잊은 엄마(호프 데이비스)에게 방치 당한 소년 바비(안톤 옐친)는 기묘한 하숙인 테드 브로니건(앤서니 홉킨스)로부터 삶의 가르침과 부성애를 얻는다. 그러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테드는 ‘빨갱이 사냥’에 그를 이용하려는 FBI의 추적을 받는다.

■ Review 유년기를 잃어버린 낙원에 비유하는 영화 <하트 인 아틀란티스>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이 흘러가는 마을은 <돌로레스 클레이본> <미저리> <스탠 바이 미>의 바로 그 동네다. 원작자 스티븐 킹의 고향이기도 한 이 마을 캐슬록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나날들이 모래톱처럼 퇴적되어간다. 그리고 아주 가끔 한 인생의 지반을 흔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집에 묶인 두편의 반자전적 단편 <노란 코트의 악당들>과 <천국같은 밤의 그림자가 내린다>를 각색한 <하트 인 아틀란티스>는 호러 장르 바깥의 스티븐 킹 작품이 그렇듯, 보편적 생 체험을 뛰어넘는 끔찍하고 기이한 경험을 통해 원숙한 평정에 다다른 성인의 회고담이며 초자연적 기운이 서린 성장영화다.

11살 소년 바비의 삶은 결핍과 실망에 친숙하다. 생일을 맞은 아들에게 자전거 대신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도서관 대출증을 선물하는 엄마의 무심함이나 덩치 큰 동네 형들의 린치도 바비에게는 일과일 뿐이다. 이 똑똑하고 예민한 소년에게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줄 손이 진정 필요하다고 느낄 때쯤, 카리스마 덩어리 앤서니 홉킨스가 가방을 들고 ‘정시에’ 나타난다. 모든 일을 꿰뚫어보는 정체불명의 남자 테드는 바비에게 문학의 아름다움과 죽은 아버지에 대한 긍지를 일깨워주며 <파인딩 포레스터>의 숀 코너리처럼, <더 페이스>의 멜 깁슨처럼 몸소 아버지의 의자에 앉는다.

그러나 스콧 힉스 감독은 드라마의 기어를 쥔 테드라는 인물 안에서 초자연적 카리스마와 인간미를 융화시키는 데에 실패함으로써 <하트 인 아틀란티스>를 전형적인 플롯과 캐릭터에 노스탤지어로 당의를 입힌 범용한 성장영화 대열에서 건져올리는 데에도 실패한다. 앤서니 홉킨스는 라면 조리법을 낭독해도 잠언처럼 들릴 배우지만, 심리적 동기는 부족하고 초능력은 과한 현자의 역은 그와 썩 어울리지 않는다. 첫 키스가 나머지 인생의 잣대가 된다는 등의 대사와 내레이션은 종종 너무 달콤하거나 설명적이며, 볼륨을 한껏 높여 흐르는 ‘플래터스’의 <온리 유>와 꿀빛 석양은 관객보다 한발 먼저 감흥에 젖는다. <하트 인 아틀란티스>는 <스탠 바이 미>를 서너번 복사해 희미해진 것 같은 영화다. 관대한 <스탠 바이 미>의 팬이라면 즐길 수도 있을 만한. 그러나 그 희미함을 보완하기 위해 <하트 인 아틀란티스>가 추구한 미스터리와 감동의 여운은 값싼 향수처럼 너무 빨리 휘발돼버린다. 김혜리 verme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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