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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필름랩 설립한 이정섭 뉴플러스오리지널 대표 - 오스카 수상자들과 함께 워크숍을
남선우 사진 백종헌 2020-02-06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총 9시간씩 이틀. 오는 2월 5일부터 6일, 8일부터 9일 두 차례 예정된 움직임연기 감독 프란체스카 제인스의 마스터클래스는 일정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프란체스카 제인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A.I.>를 시작으로 <그래비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얼라이드> <블랙 위도우>까지 쟁쟁한 영화의 움직임연기, 안무 등을 연출한 전문가다. 그와 눈을 맞추고 몸을 움직이며 실전 레슨이 가능한 이 워크숍에는 배우, 감독, 드라마 연출가 등 영상 콘텐츠 분야에 몸담고 있는 수강생들이 대기 중이다. 한국에서 이러한 마스터클래스가 가능하도록 기획한 이는 뉴플러스오리지널 대표인 이정섭 감독이다. <리얼> <로맨틱 아일랜드> 각본을 쓰고 <사랑을 놓치다>를 각색한 그는 마스터클래스와 영화 제작 워크숍 진행을 통해 영화인들에게 경험과 기회를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시아필름랩을 설립했다. 이정섭 감독의 연출작 <낙인> 또한 아시아필름랩의 제작 워크숍으로 시작한 작품이다. 그는 앞으로 아시아필름랩을 통해 “세계 여러 현장에서 본 작고 강한 팀들의 노하우를 한국 현장에 도입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뉴플러스오리지널의 아시아필름랩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2014년부터 일종의 영화 제작 워크숍 개념으로 시작했다. 뉴욕에서 우연히 촬영 현장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겪은 게 발단이다. 대여섯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배우가 연기를 하다 컷 소리가 나자 붐대를 들더라.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 프로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새로웠다. 이후 유튜브로 그들의 작품을 봤는데 웬만한 규모의 상업영화보다 뛰어났다. 그 후 세계 각지의 영화 현장이 궁금해 많이 돌아다녔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뚜렷한 경계를 의식하며 살았는데, 잘 만든 영화와 못 만든 영화만이 있을 뿐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일어났다. 대기업에 번호표를 대고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시스템 대신 여러 현장에서 본 작고 강한 팀들의 노하우를 한국 현장에 도입해보고 싶었다.

-아시아필름랩을 설립하며 어떤 시도를 했나.

=배우이자 필름메이커로 활약할 수 있는 신인들을 발탁해 12회차 촬영으로 장편을 만들었다. 10명 미만의 인원이 참여해 제작비도 많이 절감했다. 그 결과물이 제40회 판타스포르투국제영화제 메인 경쟁부문과 오리엔탈 경쟁부문에 공식초청받은 <낙인>(올 상반기 개봉예정)이다. 우리도 놀랐다.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지만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싶어 자신감이 붙었다.

-페스트필름랩(FEST FILM LAB)과 파트너십을 맺어 마스터클래스 워크숍도 진행한다.

=한국에서 상업영화를 만들 땐 레퍼런스가 없으면 이야기를 못한다. 그 레퍼런스라는 건 주로 오스카 수상자들의 작품이다. 작품만 보고따라 하기보다 거장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같은 영화인으로서 그들은 어떻게 영화를 만드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다 뉴욕, 런던, 아부다비 등 세계 전역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는 포르투갈의 페스트필름랩을 알게 되었고 그쪽에서도 우리의 방향성에 공감해 계약을 맺었다. 지금은 페스트필름랩이 서울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하는 개념인데, 추후 우리도 아시아 영화인들의 워크숍을 기획해 해외에 선보일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2월 5일 서울에서 열리는 첫 마스터클래스의 주자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블랙 위도우> <그래비티> 등에 참여한 움직임연기 전문가 프란체스카 제인스다.

=프란체스카 제인스는 세계 최고의 움직임연기 감독이다. 10년 전부터 그의 워크숍을 듣고 싶었다. 마침 <블랙 위도우> 촬영 후 휴식을 취하는 중이라 이번에 한국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틀간의 마스터클래스는 어떻게 진행되나.

=25명 내외의 소수정예 인원이 거장과 눈을 맞추고 손을 잡을 수 있는 워크숍이 될 것이다. 통역도 없다. 영어 못하는 사람은 어떡하나 걱정하자 페스트필름랩의 필리페 페리라 사무국장이 유럽에도 영어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영화라는 예술언어로 소통해야지 영어로 지식을 습득하려 하지 말라더라. 이틀간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거장의 엄청난 내공을 경험할 수 있는 지옥의 워크숍이 될 것이다. (웃음)

-참가자는 어떻게 선정했나.

=지원서가 들어오는 대로 프란체스카 제인스에게 보냈다. 가명으로 지원한 현직자들도 있더라. 지금 작품을 준비 혹은 진행 중인 사람을 원한 그의 기준에 따라 경력자와 신인 및 지망생이 결과적으로 7 대 3 정도의 비율로 참여하게 되었다. 현재 천우희 배우가 일정 조율 중이고, 류승룡·염정아 배우 주연의 뮤지컬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안무감독, MBC 드라마 <나쁜 형사>의 김대진 PD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다음 마스터클래스를 준비 중인 이는 누구인가.

=<슬럼독 밀리어네어> <레미제라블>의 편집감독 크리스 디큰스를 올 여름쯤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페스트필름랩에서 강연한 거장이 3개월 정도 뒤엔 아시아필름랩에서 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다.

-초청하고 싶은 아시아 영화인이 있다면.

=너무 당연하게도, 한국의 봉준호,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중국의 지아장커다. 한·중·일 대표선수들이 서울에서는 물론 유럽에서도 이틀씩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뉴플러스오리지널의 다른 프로젝트도 소개해달라.

=우선 <낙인>이 다음달 판타스포르투국제영화제에서 첫 스크리닝을 앞두고 있다. 필름랩에서 작업한 자경단 소재의 영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후반작업 중이며, <낙인>의 스핀오프 격인 6부작 단편 시리즈 <인공지능, 그녀>도 관객과 만날 준비 중이다. 스페인, 독일, 타이 로케이션 촬영을 끝냈는데, 1화부터 4화까지는 무료로, 5화부터는 유료 플랫폼에서 공개한 후 80분 정도의 장편으로 묶어 극장 개봉할 것이다. 이 작품을 필두로 새로운 포맷, 플랫폼에 대한 도전을 민첩하게 해나가려 한다.

-감독 그리고 제작사 대표로서 아시아필름랩을 이끄는 포부는 무엇인가.

=상업영화를 하면서 레퍼런스, 파이낸싱, 빅스타 캐스팅에 대한 부담이 컸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 뉴욕 현장을 보고서야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느꼈다. “최고의 프로는 근본적으로 아마추어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특정한 기반 없이도 영화를 찍고 싶어 했던 마음을 간과해오지 않았나 싶다. 그 열망을 충족하기 위해 거장에게 호기심을 갖고 그들의 백업이 있는 워크숍을 해나갈 것이다. 그렇게 간섭받지 않고, 만들고 싶은 영화를 ‘꽤나 잘’ 만드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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