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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 김무열 - 리액션의 즐거움
김성훈 2020-02-11

김무열이 연기한 박희철은 주상숙(라미란)의 그림자다.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어딜 가든 믿고 기댈 수 있는 보좌관이다. 보좌관이 국회의원을 보좌하듯이 김무열은 라미란의 말과 행동에 충실하게 ‘리액션’하는데 공을 들인다. 상대배우와 대등하게 서사를 이끌어갔던 전작(<인랑>(2018), <악인전>(2019))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영화에서 이렇게 많이 웃는 역할은 처음 아닌가.

=그간 코미디영화 출연 제안이 안 들어온 건 아니다. 장르나 캐릭터를 따지기보다 시나리오가 재미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편인데 <정직한 후보>는 시나리오가 무척 재미있었다. 라미란 선배가 출연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평소 배우 라미란을 지켜보면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많은 영감을 주기 때문에 자극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와 함께 연기하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재미있었나.

=처음 읽었을 때 박희철의 분량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풍자적인 메시지보다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된 국회의원에게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걸 배우들이 살려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런 기대들이 컸다.

-그런데 박희철은 물리적인 출연 분량이 많은 캐릭터는 아닌데.

=두 번째 미팅에서 감독님이 희철 분량을 늘리고 싶어 하셨다. 그렇게 되면 작품의 재미가 줄어들 수 있겠다고 판단해 감독님에게 단역처럼 보여도 좋으니 미란이 누나 옆에서 열심히 리액션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촬영 전 열린 고사에서 욕심을 부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라미란 배우를 위한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철을 어떤 인물로 받아들였나.

=시나리오 초고가 나왔을 때 박희철의 전사를 만들었다. 그는 의리 있는 사람이다. 아마도 10년 전 보험 사기를 항의하는 시위에서 주상숙을 만났을 거다. 박희철의 부모 또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돌아가셨을 거다. 그때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을 거다. 당시 같은 편에 서서 함께 싸웠던 사람이 주상숙이었다. 그때부터 박희철은 주상숙을 따르기 시작해 현재까지 의리를 지키고 있다. 주상숙이 초선일 때만 해도 순수하고 올곧았지만, 3선이 된 지금 많이 달라져 자꾸 거짓말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박희철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같은 전사를 써보니 희철이 등장하는 신이 늘어났다.

-보좌관이라는 직업이 가진 특성을 따로 연구했나.

=정치나 시사에 관심이 많아 보좌관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오랫동안 국회의원 보좌관 일을 하셨다. 또 따로 국회의원 보좌관을 만나지 않아도 될 만큼 장유정 감독님이 준비를 많이 하셨다. 기본적으로 박희철은 리액션을 하는 역할이기도 하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한 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상숙이 다소 판타지 같은 인물이라 박희철은 장난치지 말고 최대한 상황에 맞게 현실적으로 연기하는 게 중요했다.

-배우 라미란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번 영화는 상대방(라미란)에게 의존하는 연기를 했다. 연기를 처음 배우던 시절, 선생님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얘기가 연기는 액팅과 리액팅인데 리액팅이 먼저라고 하셨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이번 작업을 하면서 내가 그동안 그렇게 해왔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에 충실했었나라고 다시 느끼게 됐고,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라미란 선배뿐만 아니라 윤경호, 조한철, 손종학 등 선배 배우들이 워낙 준비를 많이 해오고, 구력에서 나온 순발력을 선보여서 긴장감이 안 생길 수 없더라.

-이제껏 보여주지 않은 모습 덕분에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다.

=며칠 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보는데 탕준상이 나왔다. (탕)준상이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오를 때만 해도 어렸었는데 7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로 보니 너무 놀랐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내가 준상이의 아버지 역할을 하는 날도 오겠다고 생각하면 오버일 거고. (웃음) 나이를 먹는다는 건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맡을 수 있는 배역을 확장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매 작업, 일상을 살아가면서 배우로서 깊이를 더 넓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다음 레벨로 넘어가지 못하니까. 그 점에서 배우로서의 역할에 경중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은 손원평 감독의 <침입자>인데.

=<침입자>는 너무 힘든 작업이었다. 배우가 힘들면 반대로 관객이 즐거워하지 않을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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