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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오스카 레이스 직접 겪어보니..."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팀 국내 기자회견 개최

(왼쪽부터) 송강호, 봉준호 감독

금의환향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 주요 부문 4관왕을 달성한 <기생충> 팀이 19일 오전 11시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현장에는 국내 매체뿐 아니라 BBC, CNN, NHK 등 여러 외신 매체도 <기생충> 팀을 만나러 왔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자리에서 <기생충> 제작발표회를 했는데 벌써 1년이 지났다. 세계 곳곳을 다니고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다”며 인사를 건넸다. 바쁜 오스카 캠페인 일정으로 배우 송강호는 실제로 코피를 흘리기도 했으며 봉준호 감독은 600회 이상의 인터뷰, 100회 이상의 GV(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은 “그만큼 작품을 밀도 있게 검증하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피날레를 장식하고, 오랜 전통을 가진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며 캠페인의 의미를 회상했다.

송강호는 “미국 경험은 나보다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상을 받는 것보다 우리 작품을 통해 세계 영화인들과 소통하고 공감한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작아지는 느낌도 있었다”라며 겸손한 마음을 전했다.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곧이어 <기생충>의 출발점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전작인 <괴물>이나 <옥자>도 유사한 의미를 담았지만 SF 요소를 섞었다. 그러나 <기생충>은 그러지 않았다. <기생충>의 폭발력은 주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에서 비롯된 듯하다”고 전했다. 씁쓸함을 남기는 봉준호 표 블랙코미디에 대해서는 “달콤하게 포장하기보다는 현 사회가 가진 쓰라린 면을 피하지 정면돌파하려 했다”고 말했다. 한진원 작가는 “<기생충>에는 뚜렷한 선악 구조가 없다.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이유가 드라마가 있고 이 점이 색다른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날선 시선도 이어졌다. 영화 산업 불균형에 대한 질문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를 언급하며 “요즘 젊은 감독들이 그런 시나리오를 가져왔을 때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다. <기생충>같은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 산업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적인 작품을 껴안아야 한다”며 안정성에 치우친 한국 영화 산업을 꼬집었다. 그러나 “최근 훌륭한 독립영화들이 피어나고 있다. 대중영화 시장과 독립영화의 좋은 의미의 충돌이 일어날 거다”며 희망적인 시각도 전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진모 편집감독, 송강호, 봉준호 감독,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박명훈, 이정은, 조여정,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박소담, 장혜진, 이선균

6개월에 걸친 아카데미 캠페인의 대장정은 끝났지만, <기생충>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도 역대 북미 외국어영화 흥행 6위, 프랑스 현지 박스오피스 1위 등을 차지했던 <기생충>은 오스카 수상의 여파로 그 기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재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를 제치고 북미 외국어 영화 흥행 5위를 차지했으며, 2월17일 기준으로 전 세계 흥행 수익 2억 400만 달러(한화 약 2,425억 원)를 돌파했다.

TV 시리즈도 준비 중이다. <소프라노스>, <왕좌의 게임>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미국 방송사 <HBO>는 <기생충> TV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직접 제작자로 참여하며 각본가로는 <빅 쇼트>의 애덤 맥케이 감독이 합류했다. 이 시리즈는 5~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며 영화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인물관계의 실체, 예를 들면 민혁(박서준)과 연교(조여정)의 미묘한 관계, 문광(이정은)과 건축가 남궁현자 선생의 관계 등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에서는 <기생충> 흑백판이 2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봉준호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각 장면마다 직접 콘트라스트를 조절했다. 흑백판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컬러가 사라진 것 외에는 똑같은데, 다른 느낌들이 있다.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한 관객은 ‘냄새가 더 나는 것 같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배우들의 미세한 연기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많은 부분들이 있는데 제가 말하는 것보다 직접 보시고 느껴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 흑백판 상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