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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을유세계문학전집 리커버 에디션 (한정판 5종)>
이다혜 사진 최성열 2020-03-17

을유문화사 펴냄

고전은 잊히지 않는다. 다만 재해석될 뿐이다.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이 100권 출간을 기념해 5종의 책을 리커버해 선보였다. 워크룸의 디자인으로 갈아입은 표지가, 언제나 새롭게, 동시대성으로 읽히는 5종의 클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5권의 책은, 을유세계문학전집에서만 볼 수 있는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현란한 세상>, D. H. 로런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과, 오랫동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안톤 체호프의 <체호프 희곡선>이다.

세계문학전집마다 개성이 있지만, 이번에 리커버로 선보인 책 중에서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은 고뇌하면서도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절창. 오에 겐자부로의 큰아들 히카리가 뇌 이상으로 지적장애를 안고 태어났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 탓에 버드가 결혼한 나이와 아이를 갖게 된 나이, 갓 태어난 아들의 뇌 이상 등 이 소설에는 오에를 연상시키는 대목들이 꽤 있다. 오에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첫아이가 머리에 기형을 갖고 태어난 뒤“얼마간의 교양이나 인간관계도, 그때까지 썼던 소설도 무엇 하나 의지할 수 없다고 느꼈다. 거기서부터 회복되어가는 이른바 작법 요법처럼 나는 <개인적인 체험>을 썼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D. H. 로런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은 <채털리 부인의 사랑>으로 잘 알려진 로런스가 여성의 욕망과 불안을 어슐라와 구드룬 자매를 통해 보여주는 소설이다. 페미니즘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세대의 여성들에게, 여전한 현실은 어떤 식의 출구를 찾게 만드는지 생각하게 한다. <현란한 세상>은 쿠바에서 반체제적 글쓰기와 동성애로 쫓기는 삶을 살다 미국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삶을 반영한 듯한 한 수사의 이야기. 멕시코에서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를 거쳐 미 대륙으로 이어지는 세르반도 테레사 데 미에르 수사의 여정은 실망을 거듭하는 삶을 지속하는 법에 대한 우화다.

거기와 여기

모스크바에서 레스토랑의 드넓은 홀 안에 앉아 있으면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도 없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어. 그러면서도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질 않거든. 그런데 여기서는 모두가 아는 사람이고 모두가 나를 알아보지. 그런데도 낯설어… 낯설고 외로워.(<체호프 희곡선>,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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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을유세계문학전집 리커버 에디션 (한정판 5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