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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영화계의 자세
장영엽 2020-03-20

‘인간은 어떠한 것에도 곧 익숙해지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긴급재난문자 알람음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는 일상이 더이상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일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까지는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견디는 쪽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전염병과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일상의 방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고 할까. 최근 다양한 영화 기관들이 선보인 몇 가지 흥미로운 시도들 또한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 신도림점 등의 멀티플렉스가 ‘좌석간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는 한편, 한국영상자료원의 경우 휴관 중인 시네마테크 KOFA의 프로그램을 KMDb VOD 플랫폼을 통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이번호 기획기사에서 소개한 ‘영화로운 일상을 위한 신작展’이다. 그린나래미디어, 누리픽쳐스, 더블앤조이픽쳐스, 더쿱, 마노엔터테인먼트, 씨네룩스, 에스와이코마드, 엣나인필름,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영화사 진진, 조이앤시네마, 찬란, 코리아스크린, 콘텐츠게이트 등 영화수입배급사협회(이하 수배협)에 속한 14개사가 각자 개봉을 준비하던 13편의 신작 영화를 공동으로 배급하고 홍보, 마케팅도 함께 진행한다. 평소 극장에서 관객을 두고 경쟁하던 수입사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들 각자의 영화를 공동배급 하기로 결심한 건 상생의 목적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극장 개봉과 영화 홍보라는 루틴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고 한다. 임수연 기자가 쓴 기사를 읽으며 결국 ‘새로운 일상’의 핵심은 삶을 지탱하게 하는 일상의 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의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좌석의 앞뒤 양옆을 비운 발권 정책과 오프라인 극장 프로그램의 온라인 이전 사례처럼, 또 수배협 회원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영화 신작전처럼, 코로나19 시대의 관객과 영화인들의 일상적인 루틴을 고려한 새로운 방식의 영상 콘텐츠 문화는 앞으로도 치열하게 기획될 것으로 보인다.

개봉하는 신작 영화가 드물다 보니 영화 전문지 입장에서도 매주 어떤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소개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송경원, 이주현 기자와 다양한 평론가들이 필자로 참여한 1248호의 영화 서적 특집은 바깥 외출이 드문 최근 일상의 루틴을 고려한 기사다.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무게를 짊어졌던 프랑스 평론가 앙드레 바쟁의 전기를 다룬 진중한 책 <앙드레 바쟁>부터 최근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를 제외한 타란티노의 전작을 회고하는 <타란티노: 시네마 아트북>까지 지난 1년 안에 출간된 영화 관련 서적들에 대한 필자들의 애정 어린 글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좌절하다가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이 적지 않은 위안을 주는 요즘이다. 결국 할 수 있는 자가 구할 것이라고 믿으며,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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