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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뉴스타래] 대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추신수처럼
김성훈 2020-04-03

추신수가 소속팀인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 전원에게 1천달러(약 123만원)의 생계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중략) 추신수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야구 덕분에 많은 것을 누리게 됐다. 이제는 돌려줄 때”라고 말했다. - <한겨레> 4월 2일자 ‘추신수, 마이너 선수 191명에 1천달러씩 생계 지원’ 중

4월 1일 기획재정부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영화산업을 위해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한시적으로 영화관람료에 포함된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2월부터 소급하여 감면하기로 했다.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영화(20편)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지원하기로 했다. 단기적 실업 상태에 처한 영화인(400명)들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수당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번 정부 발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근원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숨 넘어가는 산업에 심폐소생술을 시도했고 지원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 지원대책 중에서 언급된 영화발전기금에 대한 관심이 영화계 안팎에서 뜨겁다. 영화발전기금은 정부의 출연금과 영화상영관 입장권에 대한 부과금을 합친 돈이다. 현행 법률상 입장권 가액의 5%까지 징수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3%를 징수하고 있다. 이렇게 징수되는 금액이 연간 500억~600억원에 달하고, 이를 재원으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진흥정책 예산으로 사용한다. 극장이 정부에 납부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돈의 출처는 극장이 아닌 국민들의 호주머니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영화산업은 국민들의 지갑에서 나온 영화발전기금과 함께 성장해왔다. -43.6%라는 역대 최저 수익률을 기록했던 2008년 보릿고개를 겪었음에도 체질 개선을 하고 다시 호황기를 겪으며, 아카데미상 4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한국영화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준 관객 덕분이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지만, CJ CGV, 롯데 컬처웍스,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와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대기업 투자·배급사 ‘메이저리거’에, 현장에서 코로나19의 위험에 노출되고 고용불안에 시달린 채 일하고 있거나 실업 상태에 내몰린 ‘마이너리거’ 젊은 스탭들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는 건 무리한 요구일까. 정부의 지원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