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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걸> 멜버른컵 최초의 여성 우승자인 미셸 페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기적 영화

호주 경마업계에 종사하는 페인가의 막내로 태어난 미셸 페인(테레사 팔머). 아기였을 때 엄마를 여읜 그는 9남매와 함께 어릴 때부터 말을 타며, 이미 기수 생활을 하는 언니와 오빠를 보면서 기수의 꿈을 키워간다. 기수였던 언니와 오빠들은 어릴 때부터 미셸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지만, 최고의 스승은 아버지 패디(샘 닐)다. 미셸은 결국 기수가 되지만, 처음부터 천재 기수는 아니었다. 끝없이 노력한 끝에 처음으로 지역 경기에서 우승한 날, 큰언니인 브리짓이 낙마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 후 더 큰 무대에서 달리고 싶었던 미셸은 멜버른으로 가려 하지만 아버지 패디는 또다시 딸을 잃게 될 것이 두려워 자신의 밑에서 더 배워야 한다며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아버지를 뒤로하고 미셸은 홀로 멜버른으로 떠나지만, 여자 신인 기수인 미셸에게는 말을 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처음으로 좋은 말을 탈 기회를 얻은 미셸이 1등으로 결승선에 들어온 뒤, 그는 바로 낙마하고 전신마비 상태가 된다. 전신마비 상태에서 벗어난 미셸은 아버지 패디의 무조건적인 응원에 힘입어 기수 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7번 낙마하고 16번 골절되지만 기수 생활을 이어나가며 세계 최고의 경마 대회인 멜버른컵에 출전할 기회를 찾는다. 그리고 미셸은 자신처럼 수많은 부상에 시달린 말 ‘프린스 오브 펜젠스’를 만난다. 관계자들은 ‘프린스 오브 펜젠스’는 경주마로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말하지만, 미셸은 이 말과 함께라면 멜버른컵에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멜버른컵 최초의 여성 우승자인 미셸 페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기적 영화다. 미셸 페인은 우승 직후 “그들은 여성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방금 우리는 세상을 이겼습니다!”라는 소감을 남겼고, 이를 TV중계로 본 감독 레이첼 그리피스는 미셸 페인의 이야기를 꼭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세상의 차별에 맞서는 주체적인 여성의 이야기로, 호주 영화산업에서 성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받아 감독, 주연, 각본, 편집 등 제작 주요 부문을 여성이 맡았다. 영화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직접적인 차별을 보여줌과 동시에 묵시적인 편견을 보여준다. 여성의 과감함은 충동으로 평가절하되고, 반대로 여성의 인내심은 소심함으로 격하된다. 미셸은 가혹한 잣대로 평가받으며 끝없이 그의 능력을 의심받는다. 이런 차별을 지적하고,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이 영화의 의도는 원제인 ‘Ride Like a Girl’에 잘 담겨 있다. ‘여자처럼’이라는 표현에 대한 종래의 부정적인 프레임을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하려는 취지이다.

또한 반복되는 고난과 성취 속에서 주인공이 조금씩 더 단단하게 성장해나가는 성장드라마이자 좋은 스포츠드라마가 그러하듯이 스포츠를 통해 인생에 대해 말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아버지 패디는 미셸에게 1등으로 달리다가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한 오빠 이야기를 하며, 꼴찌도 1등이 될 수 있으니 언젠가 찾아올 기적의 틈을 기다려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 말은 경마 경기에 대한 조언이자 이 영화의 메시지이며 미셸의 인생에 대한 축약이다. 너무 빨리 달리고 싶었던 미셸은 아버지와 불화를 겪고 심각한 부상을 입지만, 그 후 끝까지 버티며 자신만의 기회를 찾는다. 경기에서도, 그리고 인생에서도 인내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다.

미셸에게 원초적인 문제는 아버지 패디와의 관계다. 패디는 미셸을 10남매 중 막내인 어린아이로 생각했고, 미셸은 그런 아버지에게 반항하면서도 동시에 인정받고 싶어 한다. 아버지를 미워하며 한편으론 사랑하는 양가적 감정이 영화 중반부까지 드라마를 지탱하지만 갈등이 해소되며 드라마는 다소 느슨해진다. 대신 영화는 패디뿐만 아니라 이웃 아주머니이자 매니저인 조안, 오빠이자 마필관리사인 스티비 등 미셸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을 통해 공동체의 의미를 보여준다. 차별에 맞서는 영웅적 의지의 동력을 가족과 공동체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CHECK POINT

평범한 사람들의 영웅

감독은 스포츠 영웅을 다루는 클리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미셸은 초인적인 존재가 아니라 좌절하기도 하고 현실 앞에서 화를 내기도 하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이다. 미셸 역에 테레 사 팔머를 캐스팅한 것도 그가 가지고 있는 친근한 매력 때문이라고.

싱크로율 높이기

제작진과 배우들은 실화를 그대로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미셸의 든든한 지원군인 오빠 역의 스티비는 미셸 페인의 실제 오빠인 스티비 페인이다. 패디 역의 샘 닐은 실제 패디를 여러 번 만나서 연기를 구상했고, 그 결과 딸인 미셸이 놀랄 정도로 패디와 유사했다고.

연애 없는 여성영화

영화는 미셸의 기수로서의 성취에 집중할 뿐, 어떤 로맨스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는다. 관습적인 로맨스를 배제함으로써 주제를 부각함과 동시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가족 모두 함께 보기에 적절한 전체 관람가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담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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