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music
[Music] 떼창 유발자들 - 더 스트록스 The Strokes <The New Abnormal>

2013년 5집 앨범 이후 가뭄에 콩 나듯 활동하던 더 스트록스가 2020년, 6집 앨범 《The New Abnormal》을 드디어 발표했다. 7년. 무려 7년이 걸렸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왜냐고 물었더니, 뭐, 그냥, 좀 사이가 안 좋았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한다. 그렇게나 오래 걸렸다면 음악적인 발전을 빙자한 여러 시도가 있었을 법한데 막상 들어보니 오히려 소박하다. 80년대 신스팝의 레퍼런스를 끼워넣으면서 90년대를 소환하는 인디록과 개러지가 교본처럼 정확하게 들린다. 새로움을 기대하는 팬들에게는 실망일 수도 있지만, 얼터너티브의 얼터너티브가 대세인 요즘 음악판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앨범이다. 특히 마지막 트랙 <Ode to the Metz>의 후렴구와 옥타브를 넘어 시원하게 터지는 줄리언 카사블랑카스(리드싱어)의 노랫소리는 내 안의 통속성을 후비고 떼창 욕구를 자극한다. 스트레스 쌓인 도시 운전자가 차 안에서 볼륨을 끝까지 틀어놓고 목청껏 따라부를 때 짜릿하게 와닿는다. <피치포크> 같은 음악 매거진에서는 이 앨범에 이미 낮은 평점을 받았던 5집 앨범 《Comedown Machine》보다 더 낮은 점수를 줘버렸다. 그러나 <피치포크>가 무슨 대수라고. 평단은 시큰둥하지만, 공연계는 다르다. 2016년 이후 딱히 이렇다 할 페스티벌 투어가 없었던 더 스트록스가 2020년에는 일찌감치 스페인의 프리마베라 사운드, 헝가리의 시게트, 노르웨이의 외야, 핀란드의 플로, 일본의 후지 록 등 굵직굵직한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터다. 안타깝게도 2020년의 페스티벌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인데, 당장 다가올 더 스트록스의 대형 무대는 5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코로나’ 카피탈(Corona Capital)이라는 사실이 코미디 같다. 7년 만에 돌아온 더 스트록스의 무대, 2000년대의 향수가 끓어오르고 떼창이 울려 퍼질 그 무대를 올해 안에 경험할 수 있을까. 야속한 소셜 디스턴스(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다.

PLAYLIST++

카리부 Caribou <Never Come Back>

상반기 신보 중 아마도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린 음반이 아닐까. 수학박사 출신 캐나다 뮤지션 카리부의 신보 《Suddenly》 말이다. 이중 추천 트랙은 <Never Come Back>으로 90년대 일렉트로닉 시대를 떠올리는 피아노 메이저 코드가 끝없이 반복되는 즐거운 곡이다.

예지 Yaeji <MONEY CAN’T BUY>

동아시아 사이버펑크의 힙력을 뉴욕으로 옮겨놓으며 밀레니얼 음악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예지도 첫 정규앨범 《WHAT WE DREW 우리가 그려왔던》을 발표했다. 이전보다 훨씬 섬세하게 다듬어진 사운드 믹싱 덕분에, 이 음반 역시 더 좋은 이어폰이나 스피커로 들어야 그 진가가 들린다. 추천 트랙은 <MONEY CAN’T BUY>로, 미니멀한 비트와 목소리를 따라 옮긴 신스사운드 위에 얹힌 가사가 기가 막히게 중독적이라 따라부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내가 갖고 싶은 거/ 밥 말아 먹는 거/ 돈으로 살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