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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 1년 전 오늘로 돌아간다면?

1년 전 오늘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 제안을 받아들일까? 심리상담센터지안원 원장 이신(김지수)의 초대로 모인 11명의 사람들이 술렁인다. 아파트 경비원 최경만(임하룡)은 “기왕이면 젊은 시절로 가야지 꼴랑 1년이 뭐냐”고 투덜댄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미 수차례 ‘리셋’을 반복해온 이신은 주도면밀하게도 로또 추첨시간에 딱 맞춰 티브이를 틀고 당첨번호를 읊는다. 하지만 일년치 당첨번호를 모두 수첩에 메모해도 소용이 없다. 현재 시점의 내 육체와 정신이 모두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몸에 지금의 ‘기억’만 보내는 것.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이 다루는 타임슬립의 얼개다.

기억을 보낸다는 의미가 뭘까? 기억과 의식이 동일하다면 현재 시점의 내 몸은 죽나? 아니면 평행세계의 내가 존재하게 되는 걸까? 당첨금이 가장 컸던 회차의 로또 번호를 외워가도 11명의 ‘리세터’가 몰린다면, 세금까지 제한 실수령액은 턱없이 적어지는 게 아닐까? 우주적인 고민부터 사적인 손익계산에 이르기까지 꼬리를 잇는 의문을 따라가는 것이 시간여행물의 재미고, 캐릭터들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또 수많은 선택지가 만들어진다. 파트너가 살해당한 형사 지형주(이준혁),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된 웹툰 작가 신가현(남지현)처럼 절박하게 돌이키고 싶은 사건이 드러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조금 윤택한 삶을 바라기도 하고 임신한 아이 때문에 리셋을 거절하기도 한다. 리세터들이 하나씩 죽게 되면서 시청자가 바쁘게 머리를 굴리는 동안, 극중 인물들도 저마다 할 일을 한다. 게임 세계관에 푹 빠진 고재영(안승균)이 가장 먼저 규칙과 패턴, 페널티를 파악하려는 수용자의 사고방식이라면, 이야기를 설계하며 필요에 따라 감추고 드러내는 일에 익숙한 신가현은 창작자의 방식으로 인물과 사건, 단서 사이의 인과를 파고든다. 살아온 인생, 설정한 직업에 맞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믿고 보는 편안함. 설득력 있는 반전에 매번 기껍게 놀란다.

VIEWPOINT

원본 타령 이제 그만

드라마에서 세상 똑똑한 사람들이 거액의 돈과 약점을 거래할 때 ‘원본’이라며 USB 저장장치를 주고받는 장면에서 답답함을 느끼던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에서 1년 전 과거로 회귀한 10명의 ‘리세터’ 중 한명인 폐차장 직원 배정태(양동근)는 자기 집 서랍을 뒤지며“(사진) 원본 어딨냐?”고 묻는 무리 앞에서 말한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클라우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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