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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공간이 만든 공간>
진영인 사진 백종헌 2020-05-19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시대와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는 어떻게 탄생할까.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수상한 21세기의 한국에서 궁금할 법한 질문이다. 유현준 교수의 신작 <공간이 만든 공간>에서는 동서양의 ‘문화 유전자’ 교배에서 답을 찾는다.

크게 나누자면 서양의 ‘문화 유전자’는 수학적이고 기하학적이다. 반면 동양의 ‘문화 유전자’는 공간과의 관계성을 중시한다. 사실 이런 구분은 그리 낯설지 않다. 책에서는 한 문화가 외부의 색다른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 새로운 변종이 탄생하고, 그 매력적인 변종이 시대를 이끌게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15세기 이후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서양과 동양 두 세계가 섞이고 그렇게 문화적 교배가 시작되었다. 중국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18세기 영국의 픽처레스크 정원 디자인, 우키요에 목판화에 영향을 받은 고흐의 회화도 그렇고 몬드리안의 회화나 콜더의 모빌 작품이 대표적인 예다. 건축의 경우 산업혁명 시대에 강철과 콘크리트, 엘리베이터가 등장한 한편 각국의 건축디자인이 전세계적으로 소개된다. 이후 건축가 미스 판 데어 로에는 동양 건축의 특징인 기둥 구조와 처마 구조를 도입하고 유리 벽을 세워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흐렸다. 이들이 건축의 이종교배 1세대라면 루이스 칸과 안도 다다오는 이종교배 2세대다. 20세기 후반 들어 효율성을 강조하는 국제주의 양식이 주류가 되자, 루이스 칸은 오래된 성당이나 알람브라궁전에서 새로운 문화 유전자를 찾았다. 안도 다다오는 진입로가 복잡한 일본 전통 건축을 참고하여, 방문자가 계단을 오르내리고 벽을 따라 걸으면서 자연과 건축의 관계를 살피도록 하였다. 그렇다면 지리적 교류에서 새로운 유전자를 더는 찾을 수 없는 현재는 어떨까. 가상공간이 등장하여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기업이 성장한 한편,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의 위협이 공간을 새로이 재배치할 것이라고 책은 예측한다.

창조적 변화를 위하여

“지금이 진화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하는 순간 창조적 변화는 멈추게 된다.”(3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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