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music
[Music] 강아솔 & 임보라 《유영》, 흘러가는 대로

싱어송라이터 강아솔과 재즈피아니스트 임보라가 다시 만났다. 2015년에 발표했던 《소곡집》 이후 5년 만이다. 각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음악을 해왔지만 그간 빚어온 생각의 모양만큼은 놀랍도록 닮아 있음을 발견한 두 사람. 원하는 걸 향해 치열하게 노력해보기도, 그 노력이 무색하게 좌절을 맛보기도 한 끝에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자’는 결론을 내리고선, 이를 새 음반 《유영》에 담아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려면 일단 힘부터 빼야 하는 법. 이번 앨범은 임보라 트리오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했던 이전 앨범보다 훨씬 단출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드럼과 베이스라는 리듬 파트를 아예 배제하니 한결 더 차분한 음악이 만들어졌다. 오로지 임보라의 피아노와 강아솔의 노래만이 남아, 고요야말로 가장 강력하게 감정을 장악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물론 강아솔은 원래도 여백이 많은 음악을 해왔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가 기타의 울림이 아닌 솔로 피아노의 단정함과 만났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거기서 오는 남다른 힘을 느끼는 건 이 음반을 듣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이다.

첫 번째 트랙인 <비 오는 소리>는 임보라의 피아노 연주와 강아솔의 허밍으로 이뤄진 곡.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과 닮은, 토닥거리는 피아노의 반복적인 리듬에 큰 노력 없이도 금세 이완을 경험할 수 있다. 《유영》의 무드를 단숨에 파악하게 하는 이 리듬은 두 번째 곡 <정물>로도 이어진다. 트랙이 바뀌어도 한 호흡으로 듣게 되니 더욱 깊은 감상이 가능하다. “참는 법 부터 배운 당신”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둑>은 가사 한줄 한줄로 딱딱하게 굳어 있던 마음을 녹여내고, 이제니 시인의 작품 <울고 있는 사람>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동명의 마지막 트랙을 들을 때쯤엔 누군가 말없이 내 손을 꽉 쥐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작은 규모의 앨범이지만 그 위로의 크기만큼은 바다와 같다.

쇼팽 <전주곡 4번>

오른손으로는 심플한 멜로디를 연주하고, 왼손으로는 같은 리듬을 가만하게 반복한다는 점에서 <비 오는 소리>와 결을 같이한다. 차이라면 이 곡은 단조이고, 감정적으로 훨씬 격한 선을 만들어낸다는 것.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플로렌스>에서도 인상적으로 쓰였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을 다뤘지만, 상대적으로 느리게 연주된 조성진의 버전을 추천한다.

조동익 <경윤이를 위한 노래>

조동익의 명반 《동경》에 수록된 연주곡. 강아솔은 이 곡을 들으며 ‘피아노와 기타로 구성된 연주곡을 써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이번 음반에 실린 <울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 결과물인데, 두곡 모두 향수에 젖게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