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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요즘 리스너들을 위해 준비된 맞춤 사탕 바구니, 백현의 두 번째 솔로 <Delight-The 2nd Mini Album>

첫곡 <Candy>의 전주를 듣는 순간 느꼈다. ‘이 앨범을 좋아하게 되겠구나.’ 투명하게 오르내리는 신스음 사이를 헤치고 나온 나른한 목소리가 속삭인다. ‘존중해 그 appetite/ 날 선택하길 잠시 기다렸지/ 특별한 내가 될게/ 손이 가 손이 가게.’ 엑소의 메인보컬 백현의 두 번째 솔로작 《Delight-The 2nd Mini Album》(이하 《Delight》)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개의 명확한 목표 아래 능숙하고 유연한 자세를 견지하는 믿음직한 앨범이다. 하나는 세련된 R&B 팝만 모아 담을 것, 또 다른 하나는 어디까지나 달콤할 것. 지난해 발매된 솔로 데뷔작 《City Lights》를 통해 R&B 장르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표했던 그는 《Delight》에서도 역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퓨처, 어반, 얼터너티브 R&B들을 종류별로 골라 욕심껏 눌러담았다. 귓가에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R&B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보기 좋게 진열된 진열대 위의 7곡은 시각적으로 즐거울 뿐 아니라 맛도 좋다. 켄지, 디즈, 밍지션, 콜드 등 든든한 국내 작곡가진과 미첼 오언스, 스테레오타입스 등 SM 송캠프를 대표하는 단골 해외 작곡가들의 손끝에서 함께 탄생한 세련된 R&B 튠들은 그룹 엑소로 데뷔한 이후 8년 동안 실전으로 벼려진 백현의 목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며 앨범 내내 주거니 받거니를 반복한다. 도회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R U Ridin’?>, 깊은 바닷속을 연상시키는 깊은 공간감이 오감을 자극하는 <Underwater>, 댄서블한 트리플 리듬이 중독을 일으키는 <Ghost> 등 모두 하나같이 어디 빠지는 구석이 없다. 여기에 열망을 느낀 상대가 아닌 자신을 ‘Candy’로 지칭하는 귀여운 센스까지 더해지니, 이건 어쩌면 안전한 달콤함으로 안전한 기쁨을 얻고 싶어 하는 요즘 리스너들을 위해 준비된 맞춤 사탕 바구니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Delight》는 좋은 R&B 앨범인 동시에 좋은 아이돌 팝 앨범이기도 하다. 앨범의 차밍 포인트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여러모로 영민한, 기분 좋게 미끈한 앨범이다.

PLAYLIST++

종현 <NEON>

타이틀곡 <Candy>를 작업한 R&B 아티스트 디즈의 잠재력이 그야말로 대폭발한 트랙. 앨범의 타이틀곡은 자이언티와 함께한 <데자-부(D j-Boo)>였지만 K팝 좀 듣는다는 사람 사이에서는 <NEON>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올 정도로 큰 인상을 남긴 대표적인 수록곡이었다. 보컬리스트의 역량을 믿고 극한까지 밀어붙여 생기는 노래 전체에 어린 긴장감이 압권.

유영진 <그대의 향기>

SM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이사인 유영진의 대표곡. SM 출신 남성 메인보컬, 특히 R&B를 지향하는 보컬리스트는 어떻게든 그의 거대한 영향력 아래 놓일 수밖에 없는데, 백현 역시 그 전통을 피해갈 수 없었다. 농담처럼 유영진의 성대가 낳았다는 백현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다면, 한번쯤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 볼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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