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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유일승 촬영감독 - 있는 그대로의 정밀함
김소미 사진 오계옥 2020-06-15

시골 마을의 장례식장에서 일군의 마을 남자들이 농약 막걸리를 마시고 갑자기 토악질을 하기 시작한다. 서울에서 변호사로 성공한 장녀 정인(신혜선)은 엄마 화자(배종옥)가 용의자로 몰리자 급히 귀향해 진실 추적에 나선다. 범죄스릴러와 법정물, 진한 모녀 드라마로 장르가 변주를 거듭할 동안 <결백>을 꼼꼼히 채우는 건 베테랑 배우들의 선명하고 정교한 연기력이다. 배우의 얼굴에 바짝 붙어서 숨소리마저 담아내는 듯한 절도 있는 촬영은 이번 영화로 첫 번째 장편 상업영화 데뷔를 알린 유일승 촬영감독의 손에서 나왔다. “사람이 중요하다. 카메라가 너무 눈에 띄도록 하지 말자.” 절제된 촬영은 허투루 겸손한 까닭이 아닌 배우들에 대한 믿음에서 기인했다. “카메라를 흔들거나 망원렌즈를 사용하는 등 배우의 감정을 받쳐줄 수 있는 촬영 방법”도 있지만 그는 “도입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표준렌즈를 활용해 카메라가 인물을 왜곡시키지 않고 최대한 깨끗하게 전달하는” 편을 택했다. 사실성에 대한 유 감독의 예리함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 후 홍경표 촬영감독 밑에서 오랫동안 촬영부로 일하면서 체화한 감각이다. 시골이 주된 배경인 <결백>의 밤은 도시와 달리 가로등 불빛을 제외하면 칠흑 같은 어둠에 잡아먹힌다. 일반적으로 화면의 암부도 디테일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유 감독은 “현실에서 우리 눈에 잘 안 보이는 부분이라면, 화면에서도 그렇게 느껴지는 게 맞다”고 고집했다. “제대로 찐득하고 무거운 어둠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 유 감독은 서울과 시골, 밝히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대비가 부각되는 작품 설정에 맞추어 빛의 변화에도 공을 들였다. “초반에는 굉장히 하드하고 신경이 날카로운 느낌으로 빛을 만들었다가 모녀의 감정이 진해질수록 광질이 소프트해지면서 둘을 감싸주는” 변화를 부각했다.

유일승 촬영감독은 현재 강하늘, 천우희 주연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촬영하고 있다. 10대 시절, 이와이 슌 슌지의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를 보기 위해 대도시로 나가곤 했다는 그는 “순수하고 감성적인 시절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 을 즐기며 첫 멜로영화도 순조롭게 작업 중이다.

That's it

미니 라이트

“간편하게 손에 들고 촬영 소품과 렌즈를 비춰볼 때 쓴다. 물체에 그림자가 떨어지는 각도, 콘트라스트 등을 미리 확인하거나 렌즈 모서리쯤에 갖다대보고 플레어(빛이 퍼지는 현상)를 확인한다. 특히 요즘엔 올드하고 클래식한 룩을 찾는 시대극에서 의도적으로 플레어를 넣기도 하기 때문에 렌즈의 특성을 파악 해둘 때 유용하다.”

Filmography

촬영감독 2018 <결백>

촬영부 2018 <버닝> 2015 <곡성> 2011 <오직 그대만> 2010 <포화 속으로> 2009 <마더> 2008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007 <어깨너머의 연인> 2007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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