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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여자' 유정하 미술감독 - 호퍼의 그림 같은 공간
이주현 2020-06-22

사진제공 유정하 미술감독

<프랑스여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오랜만에 귀국한 미라(김호정)가 과거 함께 연극을 공부했던 친구들과 재회하는 것을 서사의 기본 뼈대로 삼으면서 혼란한 기억과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죽음들을 이야기한다. 서울과 파리,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뒤섞인 시공간은 차분하고 모호하며 불안하고 날카로운 공기로 채워진다. <설행_눈길을 걷다>에 미술팀장으로 참여하면서 김희정 감독과 인연을 맺은 유정하 미술감독은 실내극적 상황이 많은 <프랑스여자>의 시나리오를 읽고 “언젠가 보았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제일 먼저 떠올렸다”고 한다. 일상에 진득하게 내려앉은 고독의 정조를 희미한 음영으로 표현한 호퍼의 그림처럼 <프랑스여자> 또한 미라의 고독과 혼란한 심상이 영화 전반을 관통한다.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를 표현할 때 경계를 없애고,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흐르길 바랐다.” 그에 따라 영화의 주요 공간인 미라가 서울에서 지내는 게스트하우스도 “한국인지 프랑스인지 구분이 모호한 공간으로, 미라의 느낌처럼 차분하면서 차가운 색을 가진 공간”으로 표현되었다. 주인공들의 아지트로 등장하는 술집의 경우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20년의 시간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대학로 근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한국적인 펍의 느낌”을 살리는 동시에 “인물들의 열정과 젊음, 사랑과 갈등이 있는 공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유정하 미술감독의 의도다. 미라의 집과 술집처럼 특정 실내 공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만큼 공간 구석구석 유정하 미술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는 “한정된 공간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줌으로써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함께 작업한 촬영감독 및 조명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유정하 미술감독은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하고 인테리어 일을 하다 영화미술에 발을 들였다. 첫 영화 <외톨이>를 시작으로 “즐겁고 흥미롭게 도전했던 첫 사극” <협녀, 칼의 기억>과 <최악의 하루> <썬키스 패밀리> 등에 참여했다. “인물과 잘 어울리고 극의 흐름에 잘 녹아드는 미술”을 지향한다는 그는 ‘잘 어우러지는 관계’도 소중히 생각한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열정으로 영화가 완성되어가는 것을 볼 때, 같이 작업한 사람들과 무탈하게 한 작품을 마무리할 때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That's it

사진제공 유정하 미술감독

엄마의 김밥

“현장에서 매번 다양한 김밥을 먹지만 엄마가 해주는 김밥을 먹으면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사진은 10년 전에 찍은건데, 촬영 중 잠깐 집에 들렀다 새벽에 다시 현장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엄마는 그런 나를 위해 김밥을 싸주셨다. 사진만 봐도 행복해진다.”

Filmography

미술감독 2019 <프랑스여자> 2017 <썬키스 패밀리> 2016 <최악의 하루>

미술팀장 2015 <설행_눈길을 걷다> 2015 <협녀, 칼의 기억> 2014 <우리는 형제입니다> 2012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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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유정하 미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