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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연상호 감독·강동원 배우 - '연니버스'와 강동원이 만나면
임수연 사진 백종헌 2020-07-09

연상호, 강동원(왼쪽부터).

기사에 음성지원 기능을 탑재하고 싶다. 좀비부터 카 체이싱 장면에 필요한 리액션 연기까지, 소리를 내며 열심히 촬영 현장을 묘사해준 강동원연상호 감독은 인터뷰 내내 호흡이 척척 맞았다.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한국으로 돌아가 어떤 임무를 수행하게 된 전직 군인 정석(강동원)은 러닝타임 내내 고난도의 액션을 수행해야 하는 캐릭터다. 한국에서 가장 액션을 잘하는 배우로 정평난 강동원에게 시나리오를 보낸 연상호 감독은 자신이 오랫동안 구상한 디스토피아의 게임 같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한 배우에게 감탄하느라 인터뷰 중간 그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그러고보니 강동원은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비주얼로 현실에 발붙인 인물을 연기하며 강동원이란 장르를 구축했고, 연상호 감독은 구체적인 그림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창작자가 아니었던가. 여러모로 두 사람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

-혹시 <반도> 이전에도 사적으로 인연이 있었나.

강동원 예전에 <검사외전> 쫑파티 때 나홍진 감독님과 함께 오셔서 그 식당을 초토화시키셨다. 두분이 열변을 토하고 나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웃음)

연상호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가서 그냥 얌전히 잘 있다 왔다. (웃음) 그때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이후에 양진모 편집감독이 강 배우와 친하다고 해서 시나리오를 좀 전달해달라고 부탁했지. (강동원, “진모 형이 에이전트 역할을 했다.”)

-함께 작업하기 전 서로에 대해 갖고 있던 인상은 어땠나.

연상호 아주 멋있는 캐릭터 외에도 독특한 역할도 많이 연기하는 배우. 미남 배우 중에 그런 사람이 그리 많진 않다. 재미있는 역할도 잘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실제 만난 뒤 그런 얘기도 많이 나눴다. 악역도 하고 욕심이 많아 보이더라.

강동원 웃긴 거 되게 좋아한다. 악역 연기도 평소에 못해봤던 걸 하는 거니까 참 재밌더라. <반도>의 정석은 연기하기에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시니컬한 면이 있어서 좋았다. 사람은 다 똑같고 세상은 안 좋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염세적인 캐릭터다.

-강동원 배우는 필모그래피의 변화가 가장 흥미로운 사람 중 하나다. 배우로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후속편 프로젝트에 합류하기로 결심했을 때 어떤 부분이 크게 작용했나.

강동원 일단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고 감독님을 만나 구체적인 얘기를 들었을 때도 좋았다. 어떻게 보면 이미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세계관에 들어가는 것이 주저될 수도 있는데, 막상 시나리오를 보니 <부산행>과 <반도>의 세계관은 전혀 달랐다. 한국을 배경으로 아포칼립스를 제대로 구현해낸 영화가 내 기억엔 없다. 그런 그림을 나 역시 굉장히 보고 싶었고.

연상호 강 배우가 할지 말지 기다리고 있을 때 공유 배우가 시나리오를 먼저 읽고는, 캐릭터가 너무 잘 어울리니 꼭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원이가 꼭 해야 하는데!”라면서 말이지.

강동원 우리가 서로 사돈지간이라. (웃음) (두 배우의 할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였고, 사돈으로 가족관계가 됐다.-편집자)

-<부산행>은 보편적인 상업영화의 플롯을 보여줬다. <반도>는 어떤가.

연상호 이번에도 상업영화의 클리셰가 없을 순 없는데 그러면서도 좀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 강동원 배우와도 촬영하면서 대화를 많이 했다. 촬영 중에 본인의 출연 장면이 아니더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주었다. 툭툭 던지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상당해서 많이 받아갔다.

강동원 시나리오를 갖고 감독님과 한참 얘기해야 할 때 내가 미국에 갔다. 그래서 맨날 화상통화로 시나리오에 대해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되면 술자리나 밥자리가 아니니까 정말 할 얘기만 하게 된다.

-강동원 배우는 <형사 Duelist> 때 현대무용을 배우고 <검은 사제들> 당시 라틴어 공부를 하고 <군도: 민란의 시대> 때는 검술 훈련만 5개월간 하지 않았나. 이번에도 무언가 배운 게 있나.

강동원 이번엔 그냥 배운 걸 다 써먹었다. 기본적으로 총기 액션은 예전부터 많이 하기도 했고. 무술팀에 내가 새로 배울 게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하더라. 워낙 같이 작업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내가 하기 힘들 것 같으면 연습하러 오라고 했을 텐데 이번엔 딱히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연상호 <부산행> 때는 마동석 선배를 제외하곤 보통의 회사원이 할 수 있는 액션을 구성해야 했는데, 정석은 원래 싸움을 잘하는 캐릭터여서 마음껏 무술을 짤 수 있었다. 그래서 무술감독님이 되게 좋아했다. 그리고 이번 액션신들이 대체로 컷이 굉장히 길다. 한꺼번에 무술 합을 맞추고 가야 하는데, 무술감독님이 강 배우가 아주 잘할 거라고 하더라. 근데 진짜 잘했다. 그런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가?

강동원 모르겠다. 워낙 많이 해봐서 그런가. 그동안 무술 합을 너무 많이 맞춰봤다. (웃음) 정석은 싸움을 아주 잘하는, 좀비 잡는 게임 캐릭터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연기는 현실적으로 갔다. 엄청 화려한 액션이 있는 건 아니고 처절하게 싸운다.

-액션을 잘하는 배우로 정평나 있지만 좀비들과 싸우는 <반도>는 또 다른 도전이었을 듯하다.

강동원 와이어 액션도 별로 없고 검을 쓰는 것도 아니고 40kg의 갑옷을 입는 것도 아니라며 처음엔 좀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좀비들이 마구 덤비니까 전혀 달랐다. 그들과는 합을 맞출 수가 없었다. 컷이 길게 가는 액션도 좀 있었고, 총을 그냥 쏘기만 하면 괜찮은데 여기에 어떤 행동이 더 붙게 되면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좁아서 칼 액션보다 힘들 때가 있다. 그리고 결국 액션 연기에도 감정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어려웠다.

연상호 카 체이싱 같은 경우 CG가 많아서 연기하기 힘들었을 텐데, 되게 잘하더라. CG에서 필요한 어떤 표정을 순간적으로 연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너무 노련했다. 그외에도 배우 연기가 좋은 장면이 정말 많았다.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도 테이크가 엄청 긴데 자동차 뒷좌석에서 정말 리얼한 연기를 한다. 엔딩도 너무 좋았다.

-<반도>의 등장인물은 선인과 악인, 두 그룹으로 캐릭터가 나뉘는데 특히 <부산행>의 김의성, <염력>의 정유미에 이어 어떤 악역 캐릭터를 보여주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었겠다. 가령 <부산행>은 악역 캐릭터가 너무 납작하고 기능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연상호 그때는 너무 심하게 나쁘기만 한 게 아니냐는 말도 들었는데, 요즘엔 그가 의인이 아니었냐며 재평가받고 있다. (웃음) 이번에 구교환 배우가 연기한 서 대위도 그냥 나쁘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서 대위의 감정 연기도 있는데 보다가 이입해서 눈물을 흘릴 뻔한 적도 있다. 아마 대본과 가장 다른 캐릭터가 서 대위일 것이다.

-특정 인물의 사진, 한자 이름, 소지품만으로 저주를 걸 수 있는 드라마 <방법>의 소진(정지소)이 엄청난 운전 능력을 가진 <반도>의 준이(이레)와 만나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을 아우르는 ‘연니버스’라는 말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웃음) 연상호 감독의 작품엔 늘 소녀들이 등장했지만, 그들이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 건 최근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경향 같다.

연상호 <방법>의 소진이 갖고 있는 능력을 활용하면 좀비들에게 타격감 있는 액션을 선보일 수도 있다. 마동석 선배가 나와 액션을 하던 <부산행>도 너무 즐거웠지만, 그다음엔 누가 나와야 하지? 오히려 소녀들이 어마어마한 능력을 발휘하면 재미있을 것 같더라. 애초에 <반도>는 아포칼립스에서 소녀가 덤프트럭을 몰며 좀비를 치고 가는 이미지에서 시작된 영화다. 그리고 피규어로 만들고 싶은, 만화 같은 캐릭터를 생각했다.

강동원 갑자기 내가 연기한 <초능력자> 캐릭터가 좀비에게 통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애들이 뇌가 없어서 조종이 안될 것 같지만…. (웃음)

연상호 우리, 나중에 다 합쳐볼까. (웃음)

-유튜브에 올라온 브이로그에서 강동원 배우가 해외 진출 이유에 대해 “해외에서 인지도가 쌓이면 한국영화를 찍어도 전세계인이 보고, 예산도 커질 거 같다”라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다.

강동원 한국영화가 개봉했을 때 전세계에서 다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배우로서 뭘 할 수 있나,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수밖에 없다. 사실 애국심이 되게 강하다. (웃음)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더 생기더라. 미국에서 일하면서 한국이 정말 큰 나라라는 것을 실감했다. <기생충>이 상받을 때는 심지어 나한테도 축하한다고 연락이 왔다. <버닝> 개봉했을 때도 왜 나보고 저거 안 찍었냐고 묻더니, 이번에는 왜 <기생충>을 안 했냐고…. 내가 한국영화를 다 찍는 게 아닌데. (웃음) 이번에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초청받은 연상호 감독의 좀비영화에 네가 나오는 것이냐며 미국에서 이메일로 축하를 많이 받았다. <반도>로 드디어 칸국제영화제에 가보나 했는데 정말 운도 지지리 없다. (웃음)

-연상호 감독은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경계를 넘나들며 콘텐츠를 제작하는 창작자 중 한명이다. 드라마 <방법>의 극본을 썼고 곧 나올 영화의 시나리오도 썼으며 2003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던 <지옥>의 웹툰을 현재 연재 중이다. <지옥>은 조만간 넷플릭스 시리즈로 나온다. 게다가 <반도> 프리퀄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너무 바쁜 거 아닌가.

연상호 픽스는 안됐다. 초고는 일단 썼다. 촬영할 때도 농담 삼아 했던 이야기를 직접 해보자는 쪽으로 말이 나오면서 초기 단계에 있다. 그리고 지금 별로 안 바쁘다. (웃음) 9월에 촬영에 들어가는 <지옥>밖에 없다. 그리고 강동원 배우야말로 진짜 열심히 산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안쓰러울 정도로, 너무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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