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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과감하고 꽉 찬 마라맛 - 스트레이 키즈 <GO生>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K팝을 마라(麻辣)에 비유하기 시작했다. 마라탕이나 마라샹궈로 익숙한 이 중국 향신료는 그 얼얼한 맛 그대로 K팝이라는 장르가 가진 오묘한 매력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아무 연관 없는 갖가지 재료를 제멋대로 넣어 자극적인 소스와 함께 끓이거나 볶아서 내는 알싸한 요리. 2018년 데뷔한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새 앨범 《GO生》은 그렇게 아는 사람만 알던 K팝의 독한 ‘마라맛’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 도전은 그것이 단지 말뿐만이 아니라는 데에서 놀라움을 자아낸다. 자신들의 음악을 ‘강한 중독성을 지닌 마라맛 음악’이라 직접적으로 표현한 이들의 마라를 향한 타오르는 의지는 타이틀곡 제목은 물론 뮤직비디오 컨셉, 무대의상까지 장악했다. 타이틀곡 <神메뉴>는 원뜻인 ‘신의 메뉴’는 물론 동음이의어로 ‘새로운(新) 메뉴’라는 뜻을 직관적으로 떠오르게 한다.

커다란 중식도로 도마를 내리치는 듯한 육중한 후렴구와 ‘네 손님!’ 같은 과감한 추임새, 소금을 뿌리는 듯한 안무 동작이나 요리사 복장을 재구성한 의상은 또 어떤가.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마라향에 취해 앨범에 대한 호불호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 ‘신메뉴’는 미끼일 뿐,《GO生》은 스트레이 키즈가 데뷔 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정규작으로 드라마 O.S.T를 포함해 총 14곡으로 꽉 채워져 있다. 노래들은 장르면 장르, 메시지면 메시지까지 뭣 하나 같은 길을 걷는 법이 없다. 거친 힙합 넘버 <Easy>에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겹겹이 쌓인 코러스가 감성적인 <일상>, 묵직한 베이스와 정글을 연상시키는 리듬이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타>까지 이 모두를 넘치지 않게 잘 모아 담은 건 멤버들로 구성된 프로듀싱 그룹 쓰리라차(3RACHA)가 지난 2년간 쌓아온 내공의 힘이다. 데뷔앨범부터 꾸준히 쌓아온 셀프 프로듀싱이 그려낸 선명한 길이 이들을 여기로 이끌었다. 《GO生》이 단숨에 스트레이 키즈의 신메뉴이자 시그니처 메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다.

PLAYLIST++

NCT 127 <영웅(英雄; Kick It)>

만약 2020년에 <영웅(英雄; Kick It)>이 없었다면 <神메뉴>는 지금보다 훨씬 컬트적인 위치에 놓였을 것이다. 직접 마라맛이라 소개한 적은 없지만 노래를 들은 누구나 ‘마라맛이 나서 마라맛이라고 하였을 뿐인데’를 외치게 만든 이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은 K팝이 포용할 수 있는 장르와 이미지의 한계를 한뼘 더 넓히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여자)아이들 <Oh my god>

올해 들어 부쩍 불붙은 K팝 4세대 논의 가운데 셀프 프로듀싱을 빼놓을 수 없다. 데뷔부터 스스로 곡을 쓰고 스스로를 프로듀싱하는 능력을 갖춘 이들 가운데 보이 그룹을 대표하는 이름이 스트레이 키즈라면 걸 그룹을 대표하는 이름은 단연코 (여자)아이들이다. 프로듀서 전소연의 카리스마 넘치는 진두지휘 아래 젊고 에너지 넘치는 여섯개의 재능이 빛난다. 압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