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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곽노현 이사장 - 다름 안에서 나를 찾기
송경원 사진 오계옥 2020-07-16

“22년 만이다. <씨네21>과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될 줄이야.” 서울시 교육감을 지냈고 현재 징검다리교육공동체에서 활동중인 곽노현 이사장은 올해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이하 BIKY) 초대 민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방송대학 위성TV(OUN) 운영책임자로 <씨네21>과 인터뷰를 했던 그는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한결같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교육을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온 곽노현 이사장은 여전히 소년 같은 눈망울과 생기 넘치는 목소리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BIKY의 초대 민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동안 부산시장이 맡아왔던 자리인데 올해부터 선출직 민간 이사장 체제로 전환됐다.

=어떤 일이든 사람과의 인연에서 시작된다. BIKY 집행위원장인 김상화 감독이 징검다리교육공동체에서 영화읽기 강연을 진행 중이다. 매달 BIKY에 출품됐던 영화를 틀어주면서 영화 나눔을 실천하는, 영화를 통한 민주시민 교육사업의 일환이다. 지난해 김상화 감독이 BIKY 이사장직을 민간 모집한다며 제안을 해왔고 이에 흔쾌히 수락했다. 교육감 시절부터 연극영화를 통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오랜 시간 관심을 기울여왔기 때문에 영화제 자체가 낯설진 않다.

-취임 후 6개월 정도 지났다. 애초에 구상한 것이 무엇이며 어떠한 변화를 이끌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이사회의 역할은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실무는 집행위원들에게 전적으로 맡기되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서포트하는 게 중요하다. BIKY는 어린이청소년영화제 중 세계 3대 영화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위상이 높다. 하지만 성과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규모는 충분하지만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한 영화제이다보니 그 성과를 활용하거나 확산하는 데 상대적으로 제약이 있었다. 영화제에 투입된 자원들을 좀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BIKY는 올해로 벌써 15회를 맞이한다. 56개국에서 189편이 초청되는 영화제이니만큼 작은 규모가 아니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첫째는 앞서 말했듯 교육을 위한 효과적인 활용이다. 1회성 행사로 끝내는 게 아니라 BIKY를 통해 소개된 영화를 일선 학교와 교육현장까지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직접 대면이나 단체활동에 제약이 있어 당장은 시행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객관적인 조건이 갖춰지면 학교와의 연계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교육감을 했던 네트워크를 살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둘째는 지속 가능성이다. BIKY의 한해 예산은 7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게 적은 예산으로 이만큼의 성과를 이뤄냈다는 건 기적에 가깝고 그 바탕에는 관계자들의 헌신과 사명감이 깔려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재정적인 뒷받침이 필수다. 이를 위한 후원회를 조직 중이다.

-현재 전국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있다. 그중에서 BIKY가 차별화된 점이 무엇인가.

=BIKY는 규모나 수준, 인지도 면에서 이미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함께 지역민들이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문화자원이라고 본다. 어린이, 청소년 영화제라는 점도 중요하다. 영화를 중심으로 미래 세대에 지향해야 할 가치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BIFF가 지속적으로 잘 유지되려면 미래 관객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BIKY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본다. 말하자면 BIKY 없는 BIFF는 없다고 할까. (웃음) 후원회뿐 아니라 올해는 크라우드펀딩도 시작했는데 많지 않은 액수지만 1주일 만에 목표액을 달성하며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엄청난 영향이 있었다. 우선 개최 여부를 놓고 고민이 이어졌는데 최소 3, 4개월 전에는 확정을 해야 했다. 3월 말쯤 개최하기로 최종확정을 했는데 당시 한국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던 시기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진행에 만전을 기하는 중이다. 기본적으론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진행한다. 영화체험교육이나 대면 활동 모두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대형 모니터를 설치해 함께 나누는, 공감과 공유의 시간을 넓히고자 한다. 극장 상영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객석의 3분의 1만 관객을 받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해 BIKY 때 국내 어린이청소년영화제의 협업과 연대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했었는데.

=협업과 연대는 BIKY가 지향하는 가치 중 하나다. 현재 영화제 등 문화행사의 경우 지자체들간 과잉 경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투입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BIKY가 쌓아온 연륜과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입장이다. 지방도시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해 BIKY가 소개한 작품들을 여러 경로와 형태로 상영하는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의 구성과 내용은 각 지자체가 결정하고, BIKY는 작품들을 연결시켜준다는 의미다. 올해만 해도 189편의 작품이 있으니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통한 교육을 꾸준히 생각해온 만큼 영화를 즐겨보는 걸로 알고있다. 인생 영화나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나.

=인생 영화는 너무 많아 추천하기 어렵다. (웃음)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꼽자면 <두 교황>(2019)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대조적인 성품의 두 교황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교황도 일종의 공인이라고 본다면 공직자들이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를 새삼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교황이 신의 종으로서 신의 목소리를 듣는 종신 공직자라면, 일반 공직자들은 시대의 소리와 시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게 들리지 않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선 안된다. 베네딕토 16세의 이야기는 그 점을 일깨워준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아무리 고결한 일이라고 현장의 삶과 구체적인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떨어지면 안된다. 낮은 눈높이에서 함께하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다. 시대의 목소리를 들을 것, 그리고 현장의 구체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이 두 가지를 늘 명심해야 한다.

-올해 소개되는 작품 중에 추천작이나 꼭 관람했으면 하는 영화를 몇편 고른다면.

=개막작인 <말괄량이 빈티와 오카피클럽>을 비롯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다. 개별 작품을 고르는 것보다 BIKY의 네 가지 섹션명을 소개하고 싶다. BIKY에는 ‘나를 찾아서’, ‘너와 더불어’, ‘다름 안에서’, ‘경계를 넘어서’ 네개의 주요 섹션이 있다. 한번 순서대로 읽어보시라. 이 섹션명으로 완성되는 문장이 BIKY의 가치를 잘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읽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은 경계를 넘어 우리가 다다르고자 하는 건 온전한 주체로서의 특별한 ‘나’를 찾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WE ARE ALL UNIQUE 달라도 좋아!’ 올해 BIKY의 슬로건이다. 아이에겐 감성을, 어른에게는 감동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도 맡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

=계획을 세운다고 계획대로 살아지진 않더라. 내가 존경하는 분이 해주신 말씀이 있다. “당신은 바람같이 달려야 한다”는 그 한마디를 가슴에 새기며 살고 있다. 바람이 멈추면 사라지는 것처럼 그저 끊임없이 달리고자 한다. 다만 시대정신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공익을 위한 일을 좌표로 삼고서 달리는 게 나의 유일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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