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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상반기를 결산하며
장영엽 2020-07-24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얼마 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간한 ‘2020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읽다 보니 6개월 만에 이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나 싶을 정도로 지난 상반기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수는 3241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관객수가 무려 7690만명 감소했다. 이는 2005년 이후 최저에 해당하는 수치다. 관객수가 급감하며 개봉을 미루는 상업영화들이 늘어났고, <위대한 쇼맨> <라라랜드> 등의 재개봉작들이 3, 4, 5월의 극장가를 견인했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과 더불어 한국 극장가에서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을 없애는 데 기여한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사라졌으며, <닥터 두리틀>(4위)과 <1917>(10위)을 제외한 상반기 국내 박스오피스 10위권의 거의 모든 작품이 한국영화로 채워졌다. 극장 개봉에서 넷플릭스 공개로 배급 방식을 선회한 <사냥의 시간>이 파란을 일으켰고, <킹덤> 시즌2, <SF8>의 사례와 같이 영화감독과 스탭들의 뉴미디어 플랫폼 진출이 가속화되었다. 독립예술영화계에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찬실이는 복도 많지> <야구소녀>와 같은 여성 서사 영화의 활약이 돋보였으며 위기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살리기 위한 기획전, 토크 프로그램, 상영관과 굿즈숍 정비 등의 노력이 눈길을 끌었다. 무관객 영화제를 선언한 전주국제영화제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까지 국내 수많은 영화제들은 앞선 행사를 본보기 삼아 점진적으로 상영 환경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충무로에서 일어난 변화는 국제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세계 영화산업이 영화 제작을 중단하고 극장 문을 닫으며 가동을 멈춘 상황에서 한국 영화산업은 거의 유일하게 운영을 지속했고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매뉴얼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발열 체크와 문진표 작성, 좌석 띄어앉기와 오픈 채팅 형식의 관객과의 대화(GV)로 이루어진 한국의 극장 문화, 각 영화 현장이 발빠르게 구축한 안전관리 매뉴얼은 중국을 비롯해 서서히 영화산업 셧다운을 해제하고 있는 여타의 국가에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올해 2월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200만 관객을 돌파한 <반도>의 글로벌한 흥행 또한 주목할 만하다. 싱가포르 역대 한국영화 첫 주말 최고 스코어를 기록하는 등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타이 등의 아시아 국가에서 총 2천만달러의 수익(국내 포함)을 거두며 선전 중인 <반도>는 극장으로부터의 하이 리턴이 불가능해진 코로나19 시대, 내수 시장만이 돌파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테넷>의 무기한 개봉 연기처럼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주춤하는 사이, 올여름 영화시장의 전면에 나선 한국영화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더불어 이번호 <강철비2: 정상회담> 특집 기사 이후로도 한국영화 신작 기획은 계속될 것임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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