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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제임스 카메론의 SF 이야기>, SF라는 ‘사람의 일’
이다혜 2020-07-27

제임스 카메론 외 지음 / 아트앤아트피플 펴냄

<제임스 카메론의 SF 이야기>는 책 제목처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중심이 되어 엮은 SF소설과 영화에 대한 책이다. “SF는 가장 깊은 철학의 심연을 두려워하지 않는 장르다”라는 제임스 카메론의 선언 같은 문장이 있는 서문은, 그가 왕복 2시간이 걸리던 고등학교 통학길에 SF소설을 탐독하던 시기부터 <터미네이터>를 만들던 시기를 회고하는 내용이다. “1977년, 어찌된 영문인지 <스타워즈>가 영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두는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이어 1982년, <E.T.>가 믿기 힘든 쾌거를 다시 이뤄냈다.” 이 책에서 제임스 카메론은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는데 인터뷰이로 나선 사람들은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크리스토퍼 놀란, 기예르모 델 토로, 리들리 스콧, 아놀드 슈워제네거다. 가장 첫 번째 인터뷰는 랜들 프레익스가 제임스 카메론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포부가 큰 영화 제작자가 된 후론, SF를 훨씬 덜 읽고 그 대신 썼어요.” SF 팬 카메론은 초중고 시절의 독서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한 감독들의 영화와 함께(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배우지만) 성장한 이들에게 들뜨는 즐거움을 안긴다. “SF는 항상 굉장한 낙관주의와 신나는 모험, 그리고 우리는 모두 파멸할 것이라는 경고 사이에서 정신분열증처럼 왔다갔다해요.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도 종종 그러죠.”

“해고당하지도 실패하지도 않을 생각이었어요. 관객이 들지 않는다면 실패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실패하지 않을 생각이었어요”라고 <죠스>에 대해 말하는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떤가. 이미 오랜 세월을 살았고 그만큼 많은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늙은 현자 같은 인상의 이야기(“전 전화번호를 입력하던 시절이 좋았어요. 그 시절이 그리운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전화번호를 기억한다는 사실은 그리워요”)를 하기도 하고, 스탠리 큐브릭과의 우정에 대해 회고하기도 한다. <스타워즈>에 대해 한참 대화하던 제임스 카메론이 조지 루카스에게 “종교를 만들고 있었군요, 조지”라고 말할 때는 끼어들어 맞장구를 치고 싶어진다. 그리고 제임스 카메론의 분석에 따르면 “전 우호적이지 않은 로봇으로 돈을 벌었어요. 당신은 우호적인 로봇으로 돈을 버셨고요”라고.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터스텔라>에 대해 스포일러가 된다면서도 이런 코멘트를 덧붙인다.“가장 재미있었던 건 그 존재, 수많은 SF영화에 나왔던 고도로 발달한 지성체가 바로 미래의 우리 자신이라는 아이디어였어요.” 리들리 스콧은 <블레이드 러너>에서 룻거 하우어가 연기한 로이가 죽는 유명한 장면을 언급한다. 그 장면의 로이의 대사는 영화사에서 명대사를 꼽을 때 자주 언급되는데, 각본에는 “죽을 시간이야”라는 대사가 적혀 있던 것을 룻거 하우어가 직접 새로 써서 영화에 담은 것이었다. 촬영 마지막 날을 앞둔 밤, “영화를 만들면서 그렇게 힘든 건 처음이었어요”. 그때 리들리 스콧은 하우어가 트레일러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의 트레일러로 갔더니 대사를 써봤다고 하며 보여주더란다. 읽자마자 거의 눈물이 날 뻔했으며, 나가서 한 시간 만에 그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제임스 카메론의 SF 이야기>는 인간이 아닌 존재, 인간이 없는 세계를 상상해 영화 속에 만들어내는 일조차도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의 일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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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라는 ‘사람의 일’ <제임스 카메론의 SF 이야기>